안정적 재무관리로 재도약 발판 마련에 방점
"올해 운영시스템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
봄기운 완연한 꽃 피는 4월이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한겨울 한파다. 건설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중견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사태마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새 리더십 발굴이 절실한 상황. 실제 올해를 기점으로 새 얼굴들이 수장으로 대거 등판한 가운데 신임 최고경영자(CEO)로서 이들이 부여받은 임무와 과제가 무엇인지, 향후 나아갈 방향은 어떻게 설정했는지 ‘루키 CEO 탐구’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루키 CEO 탐구-③HDC현대산업개발 정경구]돌아온 ‘재무통’ CEO…‘본원 경쟁력 확보’ 특명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 지휘봉을 잡아 올해 임기 첫 해를 맞은 정경구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 인사로 꼽힌다.

   
▲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사진=HDC현대산업개발


1989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 대표는 2008년 현대산업개발 재무팀에 입성하면서 건설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6년 현대산업개발 경영기획본부 상무를 역임한 뒤 2017년 HDC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 경영기획본부장 전무를 거쳐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전무에 올랐다.

2022년에는 HDC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로 복귀해 다시 한번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 대표 복귀 키워드는 ‘근원적 경쟁력 강화’다. 건설부문에서 기술경쟁력 확보를 비롯해 조직 및 인력부문 혁신을 통해 미래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HDC그룹 관계자는 “정 대표는 2022년부터 지주사인 HDC 대표로서 그룹의 신사업 및 인수합병(M&A)을 이끌어왔다”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쟁력 있는 건설·개발 역량과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재무건전성 강화’다. 재무 전문가인 정 대표에게 가장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행히 HDC현대산업개발의 최근 실적 흐름은 나쁘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매출 4조2562억 원, 영업이익 184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5% 감소했지만 최근 업황 침체 등 상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인 부채비율 또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 부채비율은 139.6%를 기록했다. 통상 건설사 부채비율이 200% 미만일 경우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3년에도 부채비율 133.3%로 1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무 전문가인 정 대표 지휘 아래 HDC현대산업개발의 양호한 재무건전성은 앞으로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경색된 부동산 시장에서 이에 대응할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이자 도시개발모델로서 성공적인 분양 실적을 거둔 서울원 아이파크를 필두로 올해 역시 안정적 실적을 거두고 나아가 금융구조를 활용한 복합개발사업을 본격화해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위기에 대응해 나가며 부채비율을 낮추고 현금흐름을 더욱 개선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 HDC그룹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사 HDC 임직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역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따뜻한 설을 보낼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김회언 HDC 대표이사./사진=HDC현대산업개발


◆용산정비창 재개발 출사표…디벨로퍼 영향력 확대 본격화

정 대표 선임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복합개발을 포함해 디벨로퍼로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서울원 프로젝트 복합상업시설 착공과 함께 차별화된 주거 모델인 프리미엄 웰니스 레지던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용산병원 부지 개발, 공릉 역세권 개발 등 도시개발을 비롯해 메디컬(파주), 레저(해운대 마리나·성문안 레저도시 개발) 등 다양한 산업군과 융합된 개발의 영역으로 디벨로퍼 영역을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서울 용산구 일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한강변에서 가장 긴 330m 길이, 높이 74.5m 규모 ‘스카이 라인 커뮤니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또 국내 도시정비사업 역사상 최고 수준인 조합원당 최저 이주비 20억 원(LTV 150%)을 제안하며 파격적인 조합원 혜택을 내세우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약 4369억 원 규모 원주 단계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과 약 4196억 원 규모 부산 광안4구역 재개발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현재까지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8565억 원으로 ‘1조 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이 1조3332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수주 속도가 가파른 추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 대표 선임 당시 내세운 근원적 경쟁력 강화와 맞물린 행보로 볼 수 있다.

안전 최우선이라는 현장 분위기 조성과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건설 시스템 고도화에도 앞장선다. 지난해 안전하게 해체를 완료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는 올해 광주 센테니얼 아이파크로 리빌딩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모바일 기반 품질 및 현장관리 통합 솔루션 시스템을 통해 현장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등 디지털 기반 기술 경쟁력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신사업 추진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힘쓴다. 데이터센터 사업을 비롯해 인프라 개발 사업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재무통인 정 대표의 지휘 아래 HDC현대산업개발이 재무안정성을 높임과 동시에 복합개발사업 및 도시정비사업 등 디벨로퍼 역량 확대를 통해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 대표는 “올해는 2026년 창사 5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는 해”라며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프로젝트 중심의 효율적 조직문화와 유기적 협업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등 회사 운영시스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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