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46% 고관세 부담 여전...삼성·LG, 생산기지 다변화 대응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전자 기업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에 대비해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인 이른바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 대한 고관세 부과 조치는 여전한 데다가 미중 무역 협상 시효가 남은 만큼 불확실성 요소도 여전한 것으로 보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무역 협상에서 상호 관세율을 115%씩 낮추는 데 합의했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는 30%대로, 중국은 미국에 보복 관세로 매긴 125%를 10%대로 내리게 됐다. 다만 이번 조치의 시효는 약 90일 가량 소요될 예정으로, 당분간 관세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과 베트남 간 관세 타결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에 46%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달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발효 시점은 오는 7월 9일 전후가 예상된다. 이 밖에도 미국은 인도에 27%,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매겼다. 다만 멕시코산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USMCA 인증을 받으면 면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전략으로 해당 국가에서 주요 생산 기지를 운영 중인 가전 기업들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내 전자 기업들의 생산 기지는 트럼프가 고관세를 예고한 베트남(46%), 인도(26%) 등에 몰려있다.

◆ 리스크 줄이자...주요 생산 기지 전략 수정 나서

   
▲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공장 전경./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에서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을 생산해 미국 공장에 공급 중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인도도 주요 생산국 중 하나다. 반도체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생산 기지 전략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까지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분 대다수를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 수출했는데, 관세 장벽이 생긴 만큼 이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고관세 적용 국가 이 외 국가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 멕시코 몬테레이, 인도 노이다·푸네 등에서 냉장고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생산 규모는 1100만 대 이상인데, 이 중 80만~160만 대가 하이퐁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전자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 공장의 냉장고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고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의 냉장고 생산량을 늘려 미국 시장 공급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기반한 스윙 생산체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인도에 새로운 생산공장을 착공하기도 했다. 기존 노이다 공장 외 추가로 구자라트 지역에 신규 공장을 세워 생산량을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고관세를 피하면서도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 내수 확대와 중동·아프리카 수출 확대까지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생산 기지의 리밸런싱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 생존 전략이다"며 "단일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유연한 생산 구조를 확보해야 무역 리스크와 지정학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7월 유예 종료까지 두 달 가량 남은 데다 베트남 정부가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각 기업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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