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대한전선이 사상 최대 수주 잔고를 기록하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한전선은 8월 말 기준 수주 잔고가 3조2500억 원을 돌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회사 창사 이래 최초로 3조 원을 넘어선 기록으로, 호반그룹 인수 직전인 2020년 말(9455억 원)과 비교하면 3.5배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은 30%를 웃돈다.

이번 수주 잔고에는 구리선 가공이나 통신케이블 등 단기성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중장기 프로젝트 위주의 초고압 전력망 중심 수주만 집계한 결과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만 안마해상풍력 해저케이블 프로젝트(1816억 원), 싱가포르 400kV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1100억 원), 카타르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2200억 원) 등 총 5100억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따내며 수주 확대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젝트는 모두 해저 및 초고압 지중 케이블 구축 사업으로, 케이블 생산부터 접속·시공·시험까지 일괄 수행하는 풀 턴키(Full Turn-Key)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한전선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턴키 역량과 실적이 수주 경쟁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진행된 400kV 초고압 턴키 프로젝트를 5회 연속 수주하며 400kV급 이상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타르 역시 수십 년간 다수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쌓으며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회사는 앞으로 해저 및 HVDC 케이블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640kV급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제2 해저케이블 공장 투자를 확정했으며,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 법인 오션씨엔아이 인수를 통해 생산부터 운송·시공·유지보수까지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역량을 확보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초고압 전력망과 해저케이블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최대 수주 잔고를 달성했다”며 “HVDC와 해저케이블 경쟁력을 기반으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등 차세대 전력 인프라 구축에서 핵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