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이익 3093억 거두며 턴어라운드…겸직 은행장 내려놓고 회장직 집중
이재명 정부가 초대 금융당국 투톱을 속속 임명한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신설안을 포함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최종 조율했다. 새 정부의 금융팀 진용이 갖춰지고 조직개편 장기화에 따른 수장 공백 우려가 불식되면서 하반기 금융 공공기관의 인사 태풍이 예고된다.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선 올해 신한과 우리금융이, 내년엔 KB금융 수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사 CEO 선임은 이사회 권한이지만, 정권 교체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본지는 총 8회에 걸쳐 CEO의 임기중 성과와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옛 DGB금융그룹 회장으로 선출되며 그룹의 새 경영방침으로 '도약·혁신·상생'을 제시했다. 취임 후 황 회장은 자신이 제시한 경영방침에 맞춰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옛 DG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출되며 그룹의 새 경영방침으로 '도약·혁신·상생'을 제시했다. 취임 후 황 회장은 자신이 제시한 경영방침에 맞춰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사진=iM금융그룹 제공


핵심 계열사인 iM뱅크(옛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iM'으로의 그룹 브랜드화는 도약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iM뱅크는 지난해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방은행 최초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인가를 받은 데 이어, 6월에는 사명을 변경하며 전국구 은행으로의 도약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황 회장은 지주사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명을 iM으로 변경하며 브랜드 일체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올해 들어 혁신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황 회장은 취임 당시 '디지털 전환'을 혁신의 방점으로 내걸고, "디지털화를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업무의 재구조화, 워크 다이어트,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한 만큼 새로운 IT회사를 만든다는 각오로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황 회장은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디지털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온리원(Only 1) 하이브리드 금융그룹'이라는 새 비전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iM뱅크도 디지털 접근성·비용 효율성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융합한 '뉴 하이브리드 뱅크(New Hybrid Bank)'로 육성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드러났는데, 황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 혁신'을 내세웠다. 황 회장은 신년사에서 "뱀이 성장하며 허물을 벗듯이 2025년은 그룹 비대면 경쟁력 강화의 원년으로 삼아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며 "하이브리드 뱅킹 그룹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며,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을 시작으로 과거에 생각하던 변화의 수준을 뛰어넘어 그룹을 재탄생 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이와 함께 기업가치제고(밸류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가 대표적인데, 황 회장과 iM금융 임원들은 올 상반기에만 총 약 6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가 상승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황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첫 행보의 일환으로 1만주를 매입한 데 이어, 올해 초 자사주 1만주를 매입하는 등 CEO로서 책임경영과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황 회장은 현재 총 4만 727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디지털 혁신과 기업가치제고 이면에 취임 2년차의 황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우선 본거지로 삼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경제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 여파로 영업실적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만 하더라도 iM금융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지방금융지주 3사 중 홀로 역신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iM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이 유독 두드러졌는데, 비은행사 10개사의 총 순손실 규모는 약 548억원에 달했다. 황 회장은 취임 당시 그룹 중장기 목표로 비은행 자산 비중 35%, 이익 비중 40%를 각각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분기부터 그룹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며 다시금 도약할 기미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iM금융은 올해 상반기 3093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전년 동기 1500억원 대비 약 106.2% 폭풍 성장했다. 이는 타 경쟁사에 견줘 압도적인 성장세다. 

하지만 자산건전성이 거듭 악화되고 있는 점은 여전히 불안함을 자아낸다. iM금융의 올해 2분기 말 연체율은 1.51%로 전년 동기 1.31% 대비 약 0.20%p 악화됐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1.55%에서 1.64%로 악화됐다. 

한편 황 회장은 최근 겸직을 맡고 있는 iM뱅크 은행장 자리를 올 연말 내려놓고, iM금융의 회장직에 전념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대 숙원 사업이었던 시중은행 전환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만큼, 선례대로 회장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 및 금융당국 조직개편 등으로 금융권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겸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이다.

황 회장은 최근 언론들과 만나 "시중은행으로 자리 잡기 위해 그동안 그룹 회장과 iM뱅크 행장을 겸임해 왔는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전임자들 선례에 따라 물러나기로 했다"며 "지주와 은행 이사회에 행장 퇴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기인 올해 말까지 은행장 임기를 마치고 앞으로 그룹 회장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의 iM금융 회장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 열리는 제16기 정기주주총회일까지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