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1위 기업 엔비디아가 종합반도체(IDM)사 인텔에 약 7조 원을 투자하며 반도체 업계 판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계약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은 제외됐지만, 공급망 다변화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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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1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인텔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지분 4%를 확보했다. 이로써 미국 정부(9.9%), 블랙록(8.4%), 뱅가드(8.3%), 스테이트스트리트(4.4%)에 이어 인텔의 5대 주주로 올라섰다.
양사는 인공지능(AI) 인프라와 PC 제품 공동 개발을 발표했다.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킹, 메모리 등으로 구성되는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인텔은 CPU 설계와 패키징 기술, CXL(Compute Express Link)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GPU·HBM(고대역폭메모리)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계약에서 파운드리 부문은 빠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엔비디아가 당장 인텔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길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은 공정 수율이 안정적인 TSMC가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기술 격차로 인해 단기간 대체재로 떠오르긴 어렵다는 판단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엔비디아가 TSMC 의존도를 줄이고 삼성전자나 인텔에 일부 생산을 분산할 가능성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과 더불어 미국 내 생산 확대라는 정치적 요구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 반도체 파운드리 1공장을 두고 있으며, 테일러시에도 370억 달러를 투자해 제2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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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제2파운드리 공장./사진=삼성전자 제공 |
◆ 삼성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 흐름 속 품질력으로 승부수
삼성전자는 속도보다 기술 품질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선단 공정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고객사가 안심할 수 있는 수율 확보를 키워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는 TSMC 의존도를 줄이려는 엔비디아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점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인텔과의 협력에서 파운드리를 제외한 것은 결국 기술 신뢰도 때문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가 이번에 인텔과 파운드리 계약을 맺지 않은 점은 삼성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에 성공하며 선단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존 핀펫(FinFET) 구조를 대체하는 GAA는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고성능·저전력 AI 칩 생산에 최적화돼 있다. 현재 개발 중인 2나노 GAA 공정 수율도 기존 40~50% 에서 60~70%까지 끌어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운드리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IBM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칩 '파워11' 생산을 수주하며 7나노 공정과 3D 패키징 기술력도 입증했다. 여기에 지난 7월 테슬라와 최소 23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닌텐도 '스위치2' 칩 생산도 맡았다. 또 올해 신작 제품은 갤럭시 Z플립7에 자체 AP인 '엑시노스 2500’을 탑재하며 자신감을 엿보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증권가는 지난 2분기 2조6000억 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3분기에는 적자 폭을 1조 원 이상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이 최악의 상황에서 회복기로 기울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부터 글로벌 고객사 수주가 사업 실적에 반영되면서 실적 회복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삼성의 선단 공정 경쟁력과 안정적인 패키징 역량이 향후 고객사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1.3%를 기록하고 있다. 경쟁사 TSMC의 점유율은 61.7%로 압도적이다. 인텔(약 3%), UMC(6%), 글로벌파운드리스(5%)이 뒤를 따른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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