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양대 케이블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수주잔고가 10조 원에 육박했다.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며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단순 외형 성장만으로는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턴키(일괄수주) 역량과 재무 안정성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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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로스호가 영광낙월 프로젝트 외부망 포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대한전선 제공 |
22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따르면 LS전선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수주 잔고는 약 6
조2197억 원으로, 최근 몇 년간 5조~6조 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S전선은 최근 대만 해상풍력 ‘포모사4(Formosa 4)’ 프로젝트에서 약 160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냈다. 2019년 상용화 1단계부터 2단계까지 대만 해상풍력 주요 프로젝트를 연속 수주하며 현지 시장에서 확실한 신뢰를 쌓았다.
미국에서는 태양광 발전단지를 위한 알루미늄 전력 케이블(약 360억 원 규모)을 수주했다. 중동에서는 바레인 하와르 섬 친환경 전력망 사업과 카타르 초고압 송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수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중동 전력망 특성상 대규모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S전선은 시공 역량 확보를 위해 인프라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준공 시 미국 내 생산·운송·공급까지 일괄 수행이 가능해져 현지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내 동해에도 HVDC 해저케이블 라인을 증설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8월 말 기준 수주 잔고가 약 3조25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5년 전 대비 3.5배 증가한 금액으로 북미·중동 등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 달에만 △안마해상풍력 해저케이블 프로젝트(1816억 원) △싱가포르 400kV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1100억 원) △카타르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2200억 원) 등 총 5100억 원 이상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신규 수주 모두 케이블 생산에서 접속, 시공, 시험까지 일괄 수행하는 풀 턴키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국내 양대 전선 기업들의 수주 잔고 확대는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차별화한 경쟁력은 턴키 수행 능력과 재무 체력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전력 인프라 시장이 수퍼사이클에 올라탄 만큼 수주 기회는 지속될 전망이지만, 단순한 외형 확대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프로젝트 규모가 커질수록 선투입, 후매출 구조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원자재·환율 변동이나 시공 지연에 따른 리스크도 확대된다. 이에 따른 재무 체력을 기르는 것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턴키 역량을 앞세워 다양한 수주 경험을 축적하고, 재무 체력을 길러 안정적인 실행력을 보여주는 기업이 글로벌 전력망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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