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구광모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LG의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플랫폼 '엑사원'이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개발해 기술 주권과 데이터 통제권을 확보하는 한편 기업간거래(B2B) 모델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
 |
|
▲ LG그룹 임직원들이 14일 열린 챗 엑사원 팝업에서 체험존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
23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LG AI연구원에서 개발한 AI 플랫폼 '엑사원 4.0'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엑사원은 기본적으로 실시간 웹 정보와 문서 기반 질의응답과 번역,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면서도 전문 모델, 추론 모델, 경량(on-device) 모델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나눠 활용도를 높였다.
초기에는 LG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활용하는 에이전트(비서)로 활용됐지만, 현재는 외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최근 런던증권거래소(LSEG)와의 협업이 대표적인 성과다. LG그룹은 이번 협업을 통해 금융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지원, 리스크 관리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AI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밖에도 LG는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AI 설루션을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엑사원 패스(EXAONE PASS)'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설루션은 병리 이미지 분석 기반 암 진단 시간을 기존 수십 분에서 1분 미만으로 단축시켰다.
◆ LG 미래 성장축 '엑사원', 전략은 범용성·보안성
LG는 AI 플랫폼 엑사원을 앞세워 글로벌 B2B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B2B 플랫폼으로 상용화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가 오픈AI, 앤트로픽 등 해외 빅테크 LLM과 협력해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한 것과 달리 독자 모델 구축에 집중해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글로벌 모델 대비 비용 효율성을 확보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다.
엑사원의 장점으로는 범용성이 꼽힌다. 다양한 산업과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도 최대 강점이다. 다양한 크기의 모델과 기능을 통해 다양한 사용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센서 데이터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한 경쟁력이다.
|
 |
|
▲ 22일 LG AI연구원이 처음으로 공개한 '엑사원 4.0 VL'. 복잡한 전문 문서부터 이미지와 분자 구조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멀티모달 AI 모델./사진=김견희 기자 |
또 LG는 자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고객사의 핵심 데이터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엑사원 온프레미스의 경우 금융이나 의료 등 보안 요구가 높은 산업군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프레미스란 고객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서버·전산실(데이터센터)에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을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LG는 엑사원 개발을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총 100조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절반 이상이 ABC 신사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AI를 독단적으로 키워내는 것은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엑사원에는 기술 주도권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게 LG그룹의 철학이다.
실제로 구광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만드는 핵심 도구"라며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지켜내면서도, 고객이 실제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AI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BC 사업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LG의 미래 생존과 직결된 성장축"이라며 AI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투자 부담과 생태계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것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구글의 제미니(Gemini), MS-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LLaMA) 등 글로벌 모델은 이미 막대한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인프라 및 데이터 규제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여전히 해결해나가야할 숙제다.
ABC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LG가 엑사원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가운데,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생태계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은 향후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334억 달러(약 312조 원)에서 2032년에는 1조7700억 달러(약 2370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29%에 달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