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 재개 움직임이 감지되는 한편 일각에선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정점 뒤 공급 과잉으로 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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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사진=SK하이닉스 제공 |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 범용 D램인 DDR4 8Gb의 평균 현물가격은 5.868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35달러에서 출발해 지속적으로 상승한 가격은 지난달 5.7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반등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4·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을 품목에 따라 최대 30%까지 올리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도 이어서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따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훈풍 기대감 속에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5공장(P5) 착공 준비에 한창이며, 4공장(P4) 나머지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공사 재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289만㎡ 규모인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로 꼽힌다. 지난 2017년 P1을 시작으로 현재 P4 일부까지 가동 중이며, 이번에 P5 착공과 P4 라인 증설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특히 P5에는 AI 열풍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HBM 생산라인이 들어서며, 업황 호조에 따라 D램 라인도 구축 될 것으로 예상된다. D램 가격 반등으로, 그간 보수적으로 유지했던 투자 기조를 다시 이어가는 것이다. SK하이닉도 용인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2027년 상반기 가동 목표로 건설 중이다.
지난해 반도체 겨울론을 젝했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시장이 '퍼사이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시기의 정점은 2027년으로 점쳤다.
시장에선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사이클 정점인 2027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증설을 이어갈 경우 공급과잉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변수도 존재한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시장의 조기 진입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등 지정학적 변수가 겹치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절한 투자 속도 조절 전략을 취할 때 시장 우위를 점하는 슈퍼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 반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및 투자 확대를 이끌겠지만, 무리한 증설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결국 속도 조절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너무 빠른 증설은 공급 과잉으로 사이클이 조기에 꺾일 수 있고, 늦추면 경쟁 업체에 추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투자 속도 조절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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