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확대와 대출규제 강화, 강력한 수요억제책
불장 잠시 진정되도 공급부족으로 집값 잡기 어려워
집값 상승 해소 위해 규제 강화 대신 완화 필요 지적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정부가 다시 한 번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등의 대출 규제에 나섰다. 최근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이같은 방법이 장기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우세하다. 

◆강력한 수요억제책, '똘똘한 한 채' 잡을지는 의문 

15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관계부처는 부동산관계장관회의 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을 통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개 지역이던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 △수원 영통·장안·팔달 △안양 동안 △용인 수지 △의왕 △하남)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에서는 주택 시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한도 차등 적용되며 스트레스 금리도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한다. 또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임차인으로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전세대출의 이자상환분을 차주의 DSR에 반영한다.

이같은 대책은 강력한 억제를 통해 부동산 수요를 틀어막겠다는 의도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을 한꺼번에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이웃 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번지는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전세대출까지 DSR에 포함한 점도 이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할 경우 전세 주택 공급량 감소 등 서민 주거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가 시장 과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8~9월 급등했던 집값이 조금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무거워진다"며 "대출 규제와 병행하면서 기존에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이나 소득이 높지 못한 이들은 앞으로 세금 또는 대출 부담 때문에 수요가 일부 둔회되거나 진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시 수요억제 했지만 커지는 '공급부족' 공포

다만 이같은 대책이 부동산 시장 이슈인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언제까지 틀어막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의 핵심은 똘똘한 한 채는 상급지로 갈아타는 현상 때문이다. 최근 마포구, 성동구 등 서울 한강벨트와 경기 성남 분당, 과천에서 나타난 가격 급등도 이 때문이었다.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발을 묶었다고는 하나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수요까지 틀어막기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당장은 집값이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원하는 장기적 안정은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규제지역 확대와 세금 강화를 해 봤지만 집값이 잡혔나"라고 반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을 억누른다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럼 언제까지 억누를 수 있을 것이냐'라는 질문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전망하는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랩장은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규제를 할수록 수요자의 마음은 조급해지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3만7681가구에서 내년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쪼그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규제를 한다고 해도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차후 집이 부족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수요자들을 막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게 했다는 사실은 공급 부족을 더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분상제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같은 도시정비사업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서진형 교수는 "분상제가 적용되면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하락해 사업진행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이 어려운 서울에서는 정비사업이 주택공급의 주요 수단이다. 

공급부족은 임대시장에도 충격을 준다. 전세난과 월세난의 심화다. 신축 공급부족은 수요자들로 하여금 임대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 전세대출을 강화하면서 전세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게 됐다. 결국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돼 월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 때문에 서민 주거비용 상승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공급부족 해소, '규제 강화' 아닌 '규제 완화' 필요

10.15대책은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앞서 정부는 6.17대책(대출규제), 9.7대책(공급확대)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 출범 후 불과 4개월 만에 3번이나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6.17에 이어 4개월 만에 또 다시 수요억제책을 꺼냈다. 그만큼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박하게 올라서다. 

하지만 단기간 거듭된 대책 발표는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이번 대책 발표는 지난달 9.7 공급대책이 속 빈 강정이라는 방증"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최근 집값 상승은 영양가 없는 공급대책이 수요자의 공급부족 우려를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면서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9.7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시행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을 적극 확대, 시장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6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수요자 등 시장에서는 정부의 방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번 10.15대책 역시 당장 불장은 진정시킬 수 있어도 공급확대 없이는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란 어려운 '땜질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 강화가 아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비사업 활성화 및 다주택자로 하여금 보유한 주택을 매매·임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 건설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물량이 절대다수인 기존 주택이라도 시장에 공급해 수요자들의 선택지를 넓힌다면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성규 대표는 "양도세 중과 면제에 더 나아가 한시적 양도세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기존 주택의 공급을 꾀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다주택자 때리기를 강화한다면 집값 상승의 원인인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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