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2나노(nm) 공정 양산을 준비하면서 국내외 파운드리 공급망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테일러 공장에 차세대 EUV(극자외선) 라인을 배치하고 초기 2nm 선단 공정을 소화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중심으로 재정비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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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2㎚ 라인 투자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내년 2분기부터 2027년까지 월 1만5000장 이상의 2㎚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들일 계획이다. 앞서 수주한 테슬라 등 첨단 AI 반도체도 해당 팹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에 2㎚ 라인이 본격 가동할 시 선단 공정은 미국, 대량 양산과 패키징은 한국이 맡는 공급망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단 공정 중심의 고객 대응 라인은 미국, 안정화 단계의 대량 양산과 3D 패키징·테스트 등 고집적 후공정의 중심은 한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국내 패키징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AI칩이 성능이 고도화할 수록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이를 국내에서 소화해 초격차를 둔다는 전략이다. 최근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선단 공정 못지 않게 수직·3D 적층 등 후공정 단계에서의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결국 패키징 경쟁인데, 삼성의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턴키 전략 자체가 국내에 구축돼 있어 한국의 공급망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급망 내부에서도 장비·소재·설계 생태계가 3D 패키징 중심으로 재정렬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nm 공정과 고집적 패키징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만큼 EUV 포토·에칭 장비, 포토레지스트, 펠리클 등 핵심 소재 수요가 국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레거시 공정에서는 DB하이텍과 키파운드리가 자동차·전력반도체 중심 수요 증가로 역할을 확대하며, 국내 전체 파운드리 지형이 선단-양산·패키징-레거시로 삼분화하는 구조도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내 투자 확대와 지방 산업 활성화를 강하게 주문한 점도 국내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 흐름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선단공정 투자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공급망 기반을 유지·보완하라는 정부 요구가 맞물리면서, 삼성과 협력사의 차기 투자·라인 배치 전략에도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단공정의 글로벌 분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AI 반도체 경쟁의 핵심은 고집적 패키징에 있다"며 "국내에 구축된 패키징 생태계와 대량 양산 역량이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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