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연장 21.4㎞ 왕복 6차선…세계에서 일곱 번째 긴 다리
험난한 해상구간, 사장교와 각종 특수공법 동원해 준공
전 세계 7번째 긴 다리…총 145만 명 참여 대형 프로젝트
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세계 최고의 공항 중 하나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은 인천 영종도에 자리하고 있다. 허허벌판인 섬에 들어선 인천공항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단순히 관제탑과 활주로만 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기 위한 다리가 놓여야 했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교량이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다. 둘 다 국내 최고의 건설사로 불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었다. 특히 국내 최장 교량 등 각종 기록을 세우며 건설된 인천대교는 삼성물산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랜드마크로 꼽히고 있다. 

   
▲ 삼성물산이 인천 영종도에 건설한 인천대교. 국내 가장 긴 다리이자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긴 다리다./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해외서 '부르즈 할리파'·국내서 '인천대교' 동시 도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인천 중구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는 날이 어두워지면 다양한 빛깔의 조명이 비추면서 황홀한 야경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공항에서 내린 외국 방문객들은 여정의 시작부터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인천대교는 총 연장은 21.4㎞ 왕복 6차선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교량이다. 

단순히 인천공항과 육지를 연결만 하지 않는다. 인천을 동북아 경제중심 도시로 만들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했다. 기존 영종대교 하나만으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인천공항 이용 교통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었다. 

어느 건설사가 지을 것인지 초미의 관심 속에 지난 2000년 영종대교를 준공한 삼성물산이 다시 한번 나섰다. 

2005년 6월 착공에 돌입한 삼성물산은 당시 해외에서도 글로벌 랜드마크를 건설 중이었다. 인천대교보다 1년여 앞선 2004년 9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공사를 시작한 부르즈 할리파였다. 부르즈 할리파는 높이 828m, 총 163층으로 2010년 1월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삼성물산은 국내외 해외에서 동시에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 인천대교의 사장교 형식 주탑. 높이가 238.5m에 달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조수 간만의 차 9m 등 갖가지 악조건…삼성물산, 최고의 기술로 돌파 

공사 시작과 함께 제2연륙교에서 인천대교라는 이름으로 정식 명명된 다리 건설은 쉽지 않았다. 20㎞가 넘는 길이로 인해 인천대교는 대한민국에서 최장, 세계에서는 일곱 번째로 긴 다리로 설계됐다. 

특히 약 12㎞에 달하는 해상구간이 쉽지 않았다. 안개가 잦은 데다 하루 두 번씩 바뀌는 조수 간만의 차가 평균 9.27m에 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밀물과 썰물 때의 유속이 초당 27m로 매우 빨랐다. 

이에 삼성물산은 해상구간을 사장교(1.48㎞)와 고가교(8.4㎞)로 구분해 건설하기로 했다. 사장교는 주탑에서 비스듬히 드리운 케이블로 거더(보)를 지지하는 장대교량이다. 고가교는 지상 위에 연속으로 설치된 다리를 말한다. 나머지 부분은 1.78㎞의 접속교(교량의 양 끝단에서 대교로 진입하거나 연결할 수 있도록 설치된 다리)로 구성했다. 

삼성물산이 다리 중심인 중앙경간 부분을 사장교로 선택한 이유는 현수교에 비해 강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주탑이 높을수록 케이블이 받는 하중이 작아져 케이블 단면을 줄이거나 같은 단면으로 경간을 늘릴 수 있다. 다양한 주탑 형상·케이블 배열도 가능해 미관은 물론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높이 238.5m의 인천대교 주탑이자 사장교 주탑 하부 지지대는 주탑에서 발생하는 큰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물막이를 하지 않고 지름 3000㎜ 두께 22㎜의 대구경 말뚝을 박았다. 삼성물산은 세계 최대 규모 말뚝 재하 시험(말뚝의 지지력과 안정성을 실제 하중을 가해 측정하는 시험)을 성공, 세계 수준의 대구경 말뚝 시공능력을 갖추게 됐다. 

또한 서장교 강상판(교량 바닥판을 콘크리트가 아닌 강판으로 제작한 교량형식)은 3000톤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최대연장 112.7m, 최대무게 2600톤에 달하는 대블록을 순차적으로 가설했다. 케이블 장력과 상부구조의 위치, 주탑 위치간에 생기는 오차를 보정해 최소화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덕분에 시공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 화물선이 지나가는 가운데 인천대교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삼성물산

◆52개월 만에 완공 인천대교, 각종 기록을 세우다

인천대교는 공기단축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을 적용했다. 상판 등 대부분 구조물을 지상에서 제작, 해상으로 이동, 교각에 거치했다.

주탑은 부르즈 할리파 건설에 적용된 공법을 활용, 공사기간을 계획보다 3개월을 단축했다. ACS라는 특수거푸집 공법을 적용해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이다. 해당 시스템은 별도의 장비없이 자체적으로 한 개 층씩 거푸집을 상승시켜 콘크리트를 타설, 공기단축에 유리하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착공 후 52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인천대교 3분의 1인 7.4㎞에 불과한 서해대교 완공에 72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에 비해 상당히 짧은 공사기간임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엄청난 인력과 물량이 소요됐다. 4년 4개월간 투입된 인원은 일수를 기준으로 145만2000여 명에 달한다. 삼성물산 직원만 44만8000여 명이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지에서 온 연수생, 근로자도 약 40만 명이 참여했다. 

투입된 장비는 대형, 소형장비 1500여 대, 사용된 콘크리트 물량은 68만4788㎥다. 레미콘 트럭으로 환산하면 약 10만 대 분량이다. 또한 철근은 13만5000톤, 상판과 주탑을 연결한 케이블 수는 208개, 길이는 5만2948㎞에 달한다. 

이러한 삼성물산의 노력 덕분에 인천대교는 미국 코즈웨이교(38.4㎞), 중국 항주대교(38.0㎞)와 동해대교(31.0㎞),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 코즈웨이교(25㎞), 미국 체사피크 베이교(24.1㎞), 중국 런양교(23.7㎞)에 이어 세계 7번째로 긴 다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또한 중국 수통대교(1088m), 홍콩 스톤쿼터스교(1018m), 일본 타타라대교(890m), 프랑스 노르망디교(856m)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 사장교로 이름을 올렸다. 튼튼함도 갖췄다. 인천대교는 초속 72m/s의 강풍과 진도 7도 강진에 견딜 수 있다. 

안전과 미관을 동시에 구현한 인천대교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찬사가 쏟아졌다. 인천대교는 한국토목학회 ‘올해의 토목구조물 대상’, 일본토목학회 ‘다나카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토목학회(ASCE)의 ‘세계 우수 건설 프로젝트’에 뽑혔다. 삼성물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건설 기술력과 경쟁력을 전 세계에 뽐낸 것이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