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One&Only’ 철학이 키운 업사이클링 사업
래코드, 소각 대신 해체·재탄생으로 부가가치 창출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단순한 친환경 프로젝트가 아니다. 패션 산업의 고질적인 재고 문제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오너의 경영 철학이 사업 모델로 고정된 사례다.
 
코오롱FnC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강조해 온 ‘원앤드온리(One & Only)’ 기조 아래, 팔리지 않은 의류를 태우는 대신 다시 설계하는 길을 택했다. ESG를 단순 캠페인에서 구조적 시스템으로 끌어올린 선택이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래코드 25F/W 브랜드 캠페인 이미지./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제공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FnC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출범했다. 재고 의류를 해체·재구성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특화 브랜드다. 코오롱FnC가 보유한 브랜드에서 발생한 재고를 소재로 활용해 디자인을 재해석하고 한정 생산 방식과 수작업 공정,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작업을 한다. 재고를 새로운 부가가치로 창출하는 식이다. 

출범 직후 초기 래코드는 수익성보다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대량 생산이 어려운 구조와 공정 비용 부담 등으로 일반 패션 사업 모델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코오롱FnC는 해당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후 다양한 산업 소재와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업사이클링 적용 범위를 넓히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실험적 사업을 잇는 게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강조해 온 유일무이하다는 뜻의 ‘원앤드온리’ 경영 철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차별화한 가치 창출과 선제적 시도를 중시하는 경영 기조가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 축척을 우선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래코드와 같은 비주류 사업이 10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해당 철학은 래코드라는 브랜드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도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래코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해당 프로젝트가 개인 의지가 아닌 조직에 내재화된 철학임을 보여준다.

래코드는 외부 브랜드·아티스트 협업과 전시, 업사이클링 적용 소재 확대 등 활동을 이어가며 ESG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나이키, BTS, 지용킴 등 콜라보레이션으로 재고 설루션을 확장해왔으며, 패션업 외에도 자동차, 엔터 등 이종 업계로 협업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재고 의류 활용을 넘어 다양한 산업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까지 이어가면서 선순환형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래코드 25F/W 브랜드 캠페인 이미지./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제공


◆ 소각 관행 벗어난 '순환형' 패션 사업 모델

패션 기업에게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는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도 골치 아픈 과제 중 하나다.  계절과 트렌드 변화가 빠른 산업 특성상 일정 수준의 재고 발생은 불가피하다. 상당수 기업은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소각하거나 폐기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억 톤 안팎의 의류가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대부분이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연간 약 8만 톤 규모의 폐의류가 발생하지만 실제 섬유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패션 산업의 과잉 생산과 소비 구조가 의류 폐기물 증가와 환경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 속에서 코오롱FnC는 재고를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사업을 도입했다. 단순 환경 캠페인을 넘어 국내 패션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사업 모델 차원의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 시장이 성숙할수록 사회 환원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의류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업사이클링 제품과 브랜드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전략은 재고 문제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향후 패션 공급망 전반의 운영 방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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