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공병수거 2030 비전으로 경쟁력 강화
플라스틱 절감·순환 구조로 브랜드 가치 제고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활용 확대를 기업의 장기 경영 전략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제품 생산부터 소비 이후 단계까지 책임을 확대하는 ‘전 과정 관리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서경배 회장이 제시한 ‘2030 어 모어 뷰티풀 프로미스’를 실행 전략으로 구체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설치된 이불(Lee Bul, b. 1964)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 'Willing To Be Vulnerable – Transparent Balloon'(2025)./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선순환 구조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기업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화장품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으로 소비 이후 단계에 대한 책임을 실험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어 2021년 2월에는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활용 확대를 골자로 한 ‘4R 전략(Reduce·Reuse·Recycle·Recover)’을 발표하고, 같은해 로벌 기업 연합인 ‘PACT’ 참여를 선언하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본격화 했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 구축 전략은 서경배 회장이 제시한 ‘2030 어 모어 뷰티풀 프로미스’와 맞닿아 있다. '아름다움은 환경과 공존한다'는 의미로 제시한 해당 비전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 감축, 재활용 확대, 전 과정 환경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ESG를 특정 부서의 과제가 아닌 전사적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브랜드와 제품 전략 전반에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제로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회사가 매년 새롭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총량은 2022년 1만2644톤에서 2023년 7303톤으로 1년새 약 42% 감소했다. 재작년인 2024년에는 소폭 증가한 9141톤을 기록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전반적으로 우하향하는 흐름세이긴 하나, 당해 생산량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구조로 편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은 중장기적으로 사용량을 관리하고 감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수치화할 수 있는 관리 체계로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체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국내 최초로 장기간 유통 가능한 나노박막차단 기술을 적용한 종이 용기를 개발하는가 하면,  재생 플라스틱 적용 확대, 단일 소재 설계, 리필 패키지 확대 등 패키징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전략은 기업 가치 제고로도 이어지고 있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리필 제품과 친환경 패키징은 단순한 절약형 상품을 넘어 브랜드 철학을 담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품 구매가 환경 보호와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이 전 생애주기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수록 브랜드 신뢰도 또한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월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 마련한 부스./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이 같은 체질 개선은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조6232억 원, 영업이익 368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5%, 47.6% 증가한 수치로, 2019년 이후 6년 만에 영업이익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더마·메이크업·헤어 카테고리의 고른 성장, 해외 주요 시장 확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이 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아모레퍼시픽은 ESG를 비용이 아닌 기업 프리미엄 가치 제고와 경쟁력으로 전환한 사례"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략은 화장품 기업이 생산 이후 단계까지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SG가 선택이 아닌 경쟁 조건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순환 구조의 실효성이 향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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