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정유4사가 정제마진 하락 등의 악재를 딛고 올해 2분기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과 해운 등 국내 주력 업종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상황에서 이 같은 호실적을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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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현대오일뱅크 |
17일 증권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에도 844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지난해 같은 기간(3336억원)보다 153% 뛰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5196억원과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1분기 실적(3159억원, 2019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에쓰오일은 1분기 4914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48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정유4사가 1분기에 이어 높은 수익을 거둔 배경에는 유가상승으로 주력사업인 정유부문의 실적개선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분기 정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정제 비용을 제한 ‘정제 마진’이 떨어져 고전에 예상됐으나, 국제유가 상승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하는 데는 약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제품을 만드는 동안 국제유가가 올라가면서 제품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 1분기 배럴당 30달러 선에 머물던 두바이유 가격은 6월 47달러까지 치솟았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원유도입 시차로 인해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SK이노베이션은 정제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정유부문 실적 강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반기 실적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과 달러 가치 상승 등으로 국제 유가의 추가적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시차로 인한 재고 관련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주력사업인 정유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화 설비 투자를 비롯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