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등 영향 양호한 제품값으로 수익증가 뚜렷
주력사업 체질개선 통해 올해도 실적 순항 예고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지난해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부진 속에서도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화학업계에 올해도 순풍이 불고 있다. 고유가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이 양호한데다 꾸준한 체질개선으로 수익성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LG화학의 차량용 배터리 관리시스템이 장착된 전기차 / LG화학 제공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효성 등 국내 화학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올해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먼저 LG화학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9919억원으로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20조6593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LG화학은 전지 부문의 매출 본격화, 기초소재사업 부문의 견조한 제품 스프레드(제품-원료 간 가격차) 지속 등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4분기 실적만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3% 증가한 5조5117억원, 영업이익은 31.2%나 늘어난 4617억원으로 나타났다. 순이익도 30.4% 늘어난 2700억원이었다.

계절적 비수기 속에서도 기초소재사업의 업황이 개선되고 전지와 정보전자소재 사업에서 물량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했다는 LG화학의 설명이다.

사업부문별로 실적을 보면,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초소재 쪽에서 큰 수익을 거두면서 비석유화학 분야인 전지와 정보전자소재 분야의 적자를 만회했다.

먼저 기초소재 쪽에서는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수요 증가, 중국 석탄가 상승에 따른 PVC 수익 증가 등으로 매출 3조7576억원, 영업이익 5061억원의 성과를 냈다. 특히 영업이익은 79.5%나 급증했다.

전지 부문에선 매출 1조594억원, 영업적자 37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당국의 전기차 배터리 규제와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위축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전지 부문에서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사업 규모를 신장시켰고, 전 분기(-141억원)보다 적자 규모를 줄인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도 매출 7386억원, 영업적자 162억원의 성적을 올렸다. 전방시장이 개선되면서 매출은 3.9% 늘었지만 신제품 개발 비용 등으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LG화학은 올해 연간 사업은 기초소재 부문의 견조한 시황과 고부가제품 매출 확대, 전지 부문의 전기차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지 물량 증대,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생명과학 부문에서 주요 제품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자회사인 팜한농도 견조한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롯데케미칼

화학업계의 '맏형' 격인 LG화학을 제치는 이변도 일어났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주요 화학제품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2조5478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LG화학을 넘어섰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2.9% 늘어난 13조2235억원, 당기순이익 역시 81.3% 증가한 1조796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의 실적만 보면 매출은 36.0% 증가한 3조6714억원, 영업이익은 138.7% 늘어난 737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4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였음에도 환율 상승에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화학섬유 원료인 에틸렌 글리콜(MEG), 부타디엔(BD) 등 에틸렌 계열 제품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것)가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이 주효했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제품 마진 스프레드 개선과 롯데첨단소재 인수 효과를 꼽았으며, 원료의 가격이 안정화된 가운데 수급이 견조해 올해에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효성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효성 지난해 연간 매출 11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사상 최대치인 8.5%를 나타냈다. 연간 매출은 전년과 비교할 때 4.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7.0% 증가했다. 효성의 사업별 영업이익 비중은 섬유(30.7%), 산업자재(21.5%), 중공업(18.6%), 화학(14.5%) 등이다.

효성의 경영실적은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가 이끌고 있다. 스판덱스는 늘어나는 섬유 소재로, 스포츠용품 등에 주로 들어간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 타이어의 '뼈대'를 이루는 핵심 보강제를 말한다.

스판덱스를 앞세운 섬유 부문은 지난해 1∼3분기에 266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효성의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글로벌 점유율이 45%에 달하는 타이어코드, 차량 좌석에 장착되는 시트벨트, 에어백용 원사 등 산업 소재도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 전반적인 영업이익 확대에 기여했다. 중공업, 화학 등 여타 사업 부문들도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효성은 올해에도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 신성장동력 사업 육성 등을 통해 견조한 사업 실적을 이어나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나 자동차 등 다른 주력산업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전망이 밝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화학업종이 고군분투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셈"이라며 "그간 체질 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제조업 부진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