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의 시선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에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 재계와 만나는 공식 석상에서 재벌개혁과 기업관련 정책 등 어떤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사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 관계자들과 오는 22일이나 23일 중 만날 예정이다.

이번 ‘공정위-4대그룹 간담회’에서는 김 위원장과 4대그룹사 전문경영인 최고위층이 의견을 주고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각 그룹사 총수대신 전문경영인을 만나는 것은 삼성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어 간담회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간담회에 참석하는 각 그룹사 경영인들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당 그룹들은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고려한 고위 인사가 간담회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는 윤여철 부회장, SK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참석이 예상된다. LG에서도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LG화학(박진수 부회장), LG전자(조성진 부회장) 최고경영자(CEO)의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는 김 위원장과 4대그룹이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사회적 상생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민주화 등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개혁 속도와 경제·시장 상황에 대한 기업의 입장도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19일 “기업 측에서도 스스로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맞게 변화해 나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는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각 그룹의 특수 사정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며 재벌개혁은 일회적인 몰아치기식 개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계와의 소통의 폭을 넓혀 재벌개혁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는 김 위원장과 4대그룹사의 만남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정부의 정책방향을 직접 청취할 수 있다는 이유다. 껄끄럽다는 평가가 나왔던 정부와 기업의 관계도 조금 더 부드러워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재벌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재벌 해체론자는 아니다”라며 “공정위원장 취임 전에 쓴 소리도 많이 했지만 기업들과 다방면으로 소통을 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달 말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방문에서 4대그룹의 협조도 요청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6월 대통령 순방에 기업인들이 참석할 텐데 대통령이 직접 재계 인사를 만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미 때 주요 그룹사들이 미국 현지 투자‧고용 확대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과 재계가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45대 대기업 내부거래 조사를 언급한 가운데 최근 부활한 ‘기업집단국(전 조사국)’을 통한 감시감독 강화 등을 부각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김 위원장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라며 “재량권 행사 등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