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김태우·최주영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에 동행한 경제인단이 화끈한 선물 보따리를 푼다. 국내 52개 기업들은 향후 5년 동안 미국 시장에 128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구조에서 자국이익을 우선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방미 경제인단의 주요 대미 투자계획을 29일 발표했다.
향후 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설립, 생산설비확충, 미래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현지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투자 이외에도 LNG, LPG 구매, 추가 노선망 확충을 위한 항공기 구입 등 약 5년간 총 224억달러 규모의 구매도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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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차담회에서 경제인단과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
삼성·현대차·LG·SK 등 미국 투자 대폭 확대
가장 먼저 선물 보따리를 푼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주 뉴베리 카운티에 가전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은 투자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생산시설을 마련한 것은 1980년대 TV 조립공장을 건설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가전 공장은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가 사용하던 시설을 리모델링한다. 삼성전자는 총 3억8000만달러을 들여 세탁기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공장 건립으로 당장 약 95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소재 반도체 공장에도 2020년까지 15억달러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맞춰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 설명회를 열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소아암 환자의 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호프 온 휠스(바퀴에 희망을 싣고)' 운영 20주년을 맞아 워싱턴사무소에서 설명회를 열어 올해 15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미국 소아암환자를 돕기 위해 지원한 금액은 1억3000만달러로 미국내 관련 민간기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또한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총 31억달러의 대미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개발, 신차·신엔진 개발 등 분야에 투자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에 나설 계획이다.
SK는 앞으로 5년간 에너지 분야 등에 최대 44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SK는 현재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에서 셰일가스 개발 및 LNG 생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SK는 미국 GE, 콘티넨칼 리소스와 셰일가스 탐사 및 생산(E&P) 분야 투자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제휴로 향후 SK그룹은 미 본토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 '무자원 산유국'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3국에 수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미국 에너지기업 역시 SK그룹과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내 투자 확대로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주에 2억5000달러를 투자해 연면적 7만7000㎡ 규모의 가전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향후 이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뉴저지주에 3억달러를 투자해 2019년까지 신사옥을 건립해 LG전자, LG생활건강, LG CNS 등 계열사 임직원 1000여명을 입주시킨다.
두산그룹은 미국 자회사인 두산 밥캣, 두산퓨얼셀아메리카 등을 통해 현지 공장 증설 및 차세대 제품 개발, 연료전지 및 에너지저장장치 R&D 투자에 모두 7억9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가스터빈 서비스·부품 제작 미국 업체 인수, 연료전지 전력판매계약(PPA) 사업을 위한 파이낸싱 협력 MOU 2건도 체결했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부문 생산공장 신규증설과 CJ대한통운, CJ CGV, 등 계열사의 현지 기업 M&A 등에 총 10억 50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CJ는 한식브랜드 비비고와 연계해 우리 한식에 대한 홍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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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방미 사절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허창수 GS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사진=각사 제공 |
한화는 김승연 회장 대신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가 경제사절단에 참석해 미국 항공기엔진 제조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 프랫 앤드 휘트니(PW) 등과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방위사업을 강화한다. 신 대표는 방미 기간 중 록히드마틴,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만나 이같은 사업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은 총 3억2000만달러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 남부에 4000만달러 규모의 자동차 전장관련 부품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권선 및 통신 케이블을 생산하는 미국내 계열사 슈페리어 에섹스의 설비·R&D 투자를 통해 미국내 케이블 등 인프라 시장 수요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밖에 GS그룹은 GS건설이 실리콘밸리 주택단지 재건축사업에 1000만달러를, 한진그룹은 LA화물터미널 개보수에 7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224억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항공기 구매
투자 외에 우리 기업들은 LNG·LPG 등 청정에너지, 항공기 등 약 5년간 224억달러 규모의 구매계획도 밝혔다.
SK는 2020년부터 미국산 LNG, LPG를 신규 도입한다. 규모는 매년 18억달러(최대 35억달러) 수준일 전망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40만배럴(약1억1800만달러) 규모의 원유를 도입하고, 자회사인 GS EPS를 통해 셰일가스를 2019년부터 향후 20년간 연 60만톤(약2억2000만달러)을 직접 수입할 계획이다.
LS도 전기동 원료인 동정광과 LPG를 33억5000만달러 어치 구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클린에너지 확대 등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부응하면서, 중동 등 특정지역에 편중된 에너지 공급처를 다변화하여 우리 에너지 안보 및 향후 에너지 가격 협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은 2023년까지 102억달러 달하는 보잉항공기 50대를 추가로 구매해 신규기종도입을 통해 노선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중견·중소기업 첨단 산업분야 집중 공략
크루셜텍, 데이터스트림즈, 엑시콘 등 중견·중소기업은 첨단 신산업 시장에 집중한다.
미국시장에 모바일 지문인식 모듈을 수출하고 있는 크루셜텍은 4중 복합 생체인식 출입시스템 개발에 6500만달러를 투자한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데이터스트림즈는 현지 법인 설치와 영업, 기술지원 사무소 운영 및 사업확장을 위해 3700만달러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검사장비·다층 세라믹 기판을 생산하는 엑시콘은 세라믹 및 초소형 센서 관련 미국현지 연구소와 생산시설 건설에 총 6000만덜러투자한다.
의료 바이오 분야기업들은 현지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한다. 미국 달라스 공장에서 건강기능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뉴트리바이오텍은 향후 생산설비 증설에 1억달러를, 오스템임플란트는 미국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현지 법인의 생산시설 확충과 영업조직 강화에 3000만달러를 투자한다.
자동차용 연료펌프를 생산하고 있는 대화연료펌프는 차세대 소형 전기자동차 핵심부품 개발 및 양산에 7000만달러을, 효림산업은 미국현지공장 신설에 2300만달러를 투자한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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