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삼성의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니다. 계열사별 각개전투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구심점 마련이 쉽지 않다. 삼성 안팎에서는 ‘사실상 올해 1년은 날아간 것과 다름없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2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항소심 심리는 내년 2월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악영향과 계열사별 경영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
지난 2월 미래전략실이 해체 된 뒤 삼성은 계열사별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 시너지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지만 그룹 전체 전략을 아우르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업 분야가 겹치는 일부 계열사에서는 ‘중복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 등 사업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관련 계열사가 대부분 신규 투자를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 총수 최초로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자 그룹 내부에서도 많은 동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 부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으로 그룹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권 부회장은 “지금 회사가 처해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며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의 단합과 새로운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의 2심 최대구속기간은 6개월이다. 내년 2월까지 구치소에 머물며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서는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은 ‘리더십 부재’의 지속이다. 삼성은 물론 외부에서도 이 같은 점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시장과 해외에서도 삼성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증폭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삼성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대담한 대규모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며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차질을 빚어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
|
|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
재계 일부에서는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비상경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룹 전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임시조직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재판 중이고, 사회적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삼성이 ‘미전실의 부활’로 비춰질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신수종사업 발굴을 제쳐두더라도 삼성은 당장 내년 경영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까지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정밀 진단을 실시한 뒤 투자‧고용‧M&A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중장기 전략 수립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현재 삼성은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안전경영’으로 버티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총수가 총대를 메고 승부수를 던지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 시장선도 기업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반년 넘게 이 부회장이 없는 삼성은 사실상 잇몸으로 버틴 것과 다름 없다”라며 “제대로 씹어 삼키지 못하면 소화 불량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체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의 문제점이 점차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 부회장의 복귀 외에 뾰족한 수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