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14시간에 걸친 밤샘조사에서 주요 혐의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두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찰은 14일 소환 조사를 앞두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불구속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관련 의혹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민간 불법자금 수수 등에 대해 무관하거나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검찰이 그동안 확보한 보고서나 장부 등 물증 자료를 일부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 전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본인이 모르는 일이거나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법조계는 검찰이 구속수사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MB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해당 공소장에 김 전 비서관을 방조범으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고, 방조범이 구속됐는데 혐의가 더 무거운 주범을 불구속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조계는 일부 연루자들이 구속된 상황에 책임이 가장 무거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뇌물 혐의액이 110억 원에 달하며 20개 혐의에 걸쳐있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두고 증거인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법원의 영장 발부 판단에 증거인멸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 2명 구속에 뒤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이 전 대통령 조사경과 보고를 받은 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어떻게 결단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도주 가능성이 없는 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해야 하느냐는 반론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정치적인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 퇴임 5년 만에 20개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은 14일 오전9시23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한지 21시간 만인 15일 오전6시25분 조사를 마치고 묵묵히 귀가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출두한 모습./사진=연합뉴스

한 차례만 잡았던 소환 조사를 마친 이 전 대통령에게 남은 절차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다.

형사소송법상 영장전담 판사가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도주 우려,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 세 가지 사유다.

판사는 피의자인 이 전 대통령이 이 중 한 가지에만 해당되어도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신분인 이 전 대통령이 도주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혐의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유사 사례였던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 소환일로부터 10일 뒤 구속됐다.

법조계는 이를 토대로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빠르면 일주일 내로 영장 청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횡령·배임·직권남용·차명재산 탈세·대통령기록물 관리위반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처리 방향에 관한 보고를 받을 문무일 총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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