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훼손 우려·수사 실효성에 의문…김경수 의원 '연루 의혹' 못 밝히고 부실수사 책임 떠넘기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검찰이 연루 의혹을 받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압수수색영장 2건을 기각해 검경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의원에 대한 계좌추적 상황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김 의원에 대한 계좌·통신 조회 압수수색영장을 24일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압수수색영장 신청 여부는 증거인멸을 우려해 확인해주지 않거나 엠바고를 지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수사 초기 단계에 이처럼 압수수색 계획을 노출하는 경우 증거 훼손이 우려된다"며 수사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앞서 경찰은 25일 김 의원 보좌관 한모씨의 자택·휴대전화·노트북·김 의원 국회사무실·경남 김해 지역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이 기각했다고 밝히기도 해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부실수사 책임을 검찰에게 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영장 기각에 대해 "범죄 혐의 구성요건조차 확정되지 않았거나 영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와 대상자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자료에 대한 기초 조사조차 미흡해 영장청구 요건을 결여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혐의점이 있지만 초기 단계"라면서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그 구체적인 청구 내역을 모두 공개한 것은 사실상 수사계획을 노출해 진범들의 증거 훼손을 부추기는 격"이라고 보았다.
특히 그는 "김 의원 연루 여부를 밝히려면 피의자로 소환조사하려는 보좌관 한씨를 통해 금전거래 성격과 용처를 규명하면서 수사 줄기를 잡아야 하는데, 영장기각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드루킹의 인사 청탁 등과 관련해 김 의원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중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법조계 한 인사는 "영장 기각 사실 공표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로도 비화될 수 있다"며 "검찰이 지나치게 영장을 까다롭게 본다는 시각도 있지만 검경 간 수사 갈등이 계속되다가는 특별검사 외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드루킹 측이 한씨로부터 빌린 돈이라 주장하지만 시기를 비춰보면 대가성이 의심된다"며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신청 목록은 김경수 의원까지 수사할 수 있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혐의 관련성이 미흡하다는 검찰 판단이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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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킹(필명)' 김씨 등 민주당원 3명은 지난 1월17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려 있는 댓글 2개를 대상으로 ID 614개를 동원,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감' 클릭을 반복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사진=김모씨(Sj Kim) 페이스북 계정 |
실제로 '특검 외에 대안 없다'는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하고 27일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특검 도입을 찬성하는 여론은 55%로, 반대 응답(26%)의 2배 이상이었다.
갤럽은 특검 도입 찬성 여론에 대해 "성·연령·지역 등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별로 찬성이 우세했다"며 "민주당 지지층(찬성 44%·반대 37%)에서도 찬성 응답이 높았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는 오는 5월2일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씨 등 3명의 첫 재판을 연다.
준비절차 없이 바로 정식 공판을 진행하는 만큼 드루킹 일당 모두 당일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법원은 김씨가 서신으로 외부에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검찰 청구를 받아들여 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 접견이나 서신 교류를 금지하는 처분을 지난 24일 내렸다.
드루킹 일당 관계자들에 의한 증거인멸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오전 보좌관 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드루킹과 주고 받은 돈의 성격을 규명하고 김 의원 연루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