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우리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에 잇달아 견제구가 날아 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반도체 코리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 자칫 미·중 통상분쟁의 파편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에 대한 가격담합 혐의와 반독점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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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 아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이후 중국산 반도체가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도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한 업체를 방문한 시 주석은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강조하며 관련 업계를 독려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2019년 정보기술(IT) 제품 구매 계획 공고에서 국산 반도체 서버를 구매하겠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46.3%, SK하이닉스가 28.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마이크론(20.7%)까지 포함하면 3사의 D램 시장 점유율은 95.6%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3사 조사는)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한 대처”라면서도 “중국이 압도적인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경쟁력을 경계하는 것 같다. 변수가 생긴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벌이고 있는 통상분쟁의 영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업체인 마이크론을 조준하면서 국내 제조사들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 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통신업체 ZTE에 대한 제재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미국이 ZTE에 17억달러(약 1조82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베이징에서 3차 무역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은 중국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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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Gbps 20나노급 8Gb GDDR6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업계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대한 조사에서 중국이 가격 담함을 입증해 벌금을 물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체들이 지난 2006년 미국의 반독점 조사 학습효과로 담합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무역 보복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재 등의 사례가 있는 만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국이 작심하면 수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발 무역장벽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 1996년 정보기술협정(ITA) 체결에 따라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특허 제소와 소송 등으로 견제할 수는 있어도 관세부과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돌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트럼프 변수가 있다. 안전지대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을 규제할 경우 상황이 급변하면서 우리 기업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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