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진그룹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면허취소 처분이 현실화 될 경우 정부가 감당해야 할 소송 비용이 수 천억원에 이를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주식 11%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ISD)에 나설 경우 피해는 더욱 심각해 질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진에어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토부의 면허취소 결정이 내려지는대로 ISD 제소에 나설 방침이다. ISD란 외국인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협정 의무 위반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별도의 중재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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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에어의 B777-200ER 항공기 /사진=진에어 제공 |
진에어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11%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송 액수는 최소 1000억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회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비용은 2~3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의 공모가 주당 3만1800원을 모두 산정 시 천문학적인 금액을 소송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진에어의 시가총액은 외국인 임원으로 인한 면허 취소 이슈가 보도되기 시작한 4월16일 이후부터 3개월 간 무려 2000억원이나 빠졌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진에어는 이날 오후 2시41분 기준 2만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4월 최고 주가인 3만4300원과 비교했을 때 44%나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투자자들의 ISD 제소 이후에는 소액주주 대표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에어의 한 주주는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결정하는 순간 이는 국토교통부에서 본인들의 실수를 공식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상장되면 안 되는 기업을 상장시킨 것과 같으므로, 모든 주주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면허 취소의 이유로 지적한 외국인 등기임원 문제는 코스피 상장 이전의 문제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토부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진에어의 사업면허 변경을 세 차례나 변경할 동안 이를 지적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관리감독 과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진에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임원 등재 소식이 알려진 아시아나항공, 에어인천과 국토부가 각기 다른 잣대를 적용한 바 있어 형평성 논란도 확대될 조짐이다.
국내 항공법이 서로 다른 모순된 해석을 낳는 상황에서 법적 면허 취소 근거가 불분명 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우리나라 항공사업법 제9조의 1호 및 항공안전법 제10조 1의 5호는 “외국인이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을 면허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항공사업법 제 9조의 6호는 “임원 중에 외국인이 1명이라도 있는 경우에도 면허 결격 사유로 인정하고 있어 법적 해석이 상충되고 있다.
최근 주가손실에 대한 피해액 산정 기준 판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면허취소 시 주주들의 구체적인 피해손실액을 산출해 보전 받는 것이 대안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진에어의 외국투자자가 국가 간 소송을 제기할 시 정부는 과연 승소할 수 있을까. 최근까지 추이를 볼 때 정부가 ISD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올해 들어서만 엘리엇매니지먼트, 메이슨캐피탈, 쉰들러, 재미교포 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네 건의 중재의향서를 제출했고 과거 소송 중 일부는 정부의 패소로 판결났다.
지난 2012년 11월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의해 외환은행 매각 절차가 지연되고 물려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5조원대 ISD를 제기했지만 정부에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제기한 ISD에서 패소한 우리 정부는 패소 이유나 판결문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피해를 입었다며 약 7100억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해 양측이 ISD 제소 전 단계 협의 절차를 조율 중이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ISD 중재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해 줄소송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해결책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진에어 면허취소로 1만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협력업체가 고용피해를 입는 점도 정부엔 부담이다. 진에어 직원들은 25일 오후 7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에어 직원 생존을 위협하는 국토부 갑질 규탄대회'를 열었다. 직원들은 "담당 공무원 몇 명의 책임 회피와 장관의 자리보전을 위해 진에어 직원과 가족 수천 명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들은 오는 30일 열리는 면허 취소 청문회도 비공개로 진행하기 보다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청회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에어의 한 직원은 “2000명의 임직원들을 포함해 1만여 명의 생계가 달린 상황에서 청문회같은 요식행위가 아닌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의 면허를 이제와서 취소할 경우 승인을 내 준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해외투자자 소송이 제기될 경우 ISD소송에서 승소가능성이 적은 정부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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