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전복'에서 '대국가 전복'으로 직무 확대…'대통령 독대' 정치개입 가능성 어떻게 막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계엄령 문건 작성·세월호 민간인 사찰·댓글공작 등 여러 오명을 뒤집어썼던 국군기무사령부가 1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향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으로는 지난 3일 44대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남영신 육군 중장(학군 23기)이 맡은 가운데,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앞서 "현직 부장검사를 법무팀장으로 임명해 객관적이고 엄격한 검증하에 새로운 사령부 창설을 추진했다"면서 "군보안방첩 등 기존 기무사 업무를 그대로 하되 권한 오남용의 금지를 담은 직무수행 기본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법조계가 지적하고 나선 것은 기존 기무사 업무를 그대로 갖고 가되 정보의 수집 범위가 '대정부 전복'에서 '대국가 전복'으로 바뀌어 실제 직무가 확대됐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독대에 대한 금지 규정이 따로 없어 향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새 사령부 설치 근거 규정인 대통령령 제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사령부 조직 및 예하부대 통폐합 진행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일각에서는 기무사가 국방부 직할부대나 외청 방식 대신 이름만 바꾼 '도로 기무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안보지원사가 수사권을 지닌채 기존 기무사 업무인 군보안방첩·군임용예정자비리 수집을 비롯해 군동향·방위산업정보·대테러·대간첩 등을 그대로 수행하게 되는데 여기서 안보지원사가 정보를 수집하는 대상 및 범위가 '대정부 전복'에서 '대국가 전복'으로 바뀌어 오히려 직무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면서 민간인 사찰 등 권한의 오남용이 금지되고 헌법상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며 "이의제기 및 거부에 대한 근거조항을 담아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거부할 수 있게 됐지만 대통령 독대에 대한 여지는 남아있어 청와대의 정치개입 지시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새롭게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대통령 독대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지난 14일 통과시킨 '안보지원사령'에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금지를 명문화한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며 "기무사가 군에서 '갑'의 위치에 섰던 이유는 대통령 독대와 동향보고 때문인데 이번에도 이러한 가능성은 모두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기무사령관과 한번도 독대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군 통수권자의 '선한 의지'만으로 보장되기 힘든 문제"라며 "사령관 독대권을 일부 제한하면서 동향보고의 목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주적에 대한 전투준비태세를 항상 유지하는 야전 예하부대와 달리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쿠데타 방지라는 명분으로 군을 감시해 일정부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며 "상명하복에 따른 군 조직이라지만 안보지원사 소속 인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고 민간인 사찰 및 권한 오남용을 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장을 완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는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폐지되었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활시킨 바 있다.

국방부는 향후 훈령 및 예규를 통해 동향보고의 대상과 수집 범위 등 세부사항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0% 이상 감축 권고에 다라 2900여명으로 줄어든채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향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대테러 대간첩 군보안방첩의 첨병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1일 오전8시30분 군 주요직위자와 국방관계관, 부대원들이 창설식에 참석한 가운데 기존 국군기무사령부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새롭게 출범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