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후 역대급 고용참사에 정부 해명 설득력 떨어져…KDI "최저임금·주52시간근로 복합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통계청이 12일 발표한 고용 성적표가 '일자리 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역대급 참사인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정부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일자리 통계에서 20대 청년층과 40대 중년층 실업률이 1999년 외환위기 직후에 이어 사상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지난 두달 간 취업현황과 관련해 해명했던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것이고 최저임금과 무관하다는' 논리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이와 관련해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주목할 만한 '2018년 고용' 전망치를 발표했다. 노동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 취업자가 28만7000명 늘고 하반기에는 30만5000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취업자는 노동연구원 전망치의 절반 미만인 14만 2000명 증가에 불과했고 지난 7~8월 하반기 두달간 8000명 증가에 그쳤다.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소로 꼽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이와 관련해 "인구구조 변화만으로 일자리 감소 현상을 설명할 수 없고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제 도입 등 복합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1999년 경제환란 직후에나 볼 수 있었던 고용 지표가 지난 2달간 연달아 추락한 것에 대해 "정부측 논리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최저임금 등 경제정책이 현실을 외면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해 1999년(10.7%) 이래로 최고 수준이고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청년층 확장(체감) 실업률은 23%에 달했다. 전체 인구의 20.6%인 청년층은 실업자(113만3000명) 중 38%를 차지했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도소매업 및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각각 12만3000명, 7만9000명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9개월째, 숙박음식점업은 15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됐다.
고용인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올해 5월 3만5000명, 6월 9만명, 7월 10만2000명, 8월 12만4000명 줄어들어 1인 자영업자 폐업이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대 취업자의 경우 전년과 대비해 지난 6월 12만8000명, 7월 14만7000명에 이어 8월 15만8000명 줄어들어 3개월 연속 10만명대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1991년 12월 이후 최대의 감소 폭을 보였다. 이중 8월 제조업 취업자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10만5000명 줄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이번 고용 참사에 대해 "도소매업 등 10대 후반~20대 전반의 아르바이트 일자리 수요가 있을 만한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을 보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취업 욕구가 많지만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고용 유발효과가 큰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고용 부진이 도소매업 등 연관 산업에까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이 7~8월 연속으로 0에 수렴하면서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며 "정부의 장밋빛 전망치가 실물경제에 근접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고, 이대로 가면 9월 취업자 수 증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민간 고용은 심리적 요소를 반영한 의사결정이지만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단축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연거푸 벌이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당연하게도 보수적인 고용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청년들 일자리 감소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가 그 배경이고, 40대 일자리는 제조업 부진의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저임금 강제 인상과 실물경기 침체가 맞물리자,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늘리기는 커녕 대출로 빚을 내어 사업 손실을 메꾸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통계청 고용현황 발표에서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진 연령대는 정부의 주장인 '생산가능인구 증감'과 무관한 30~40대였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부 정책에서 의도와 방향은 맞지만 (부정적) 효과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최저임금"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합리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충격이 없는 일반적인 시점에 이같이 고용이 악화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의지를 꺾고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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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체감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높아졌다. 8월15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8%로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사진은 8월15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의 취업게시판./자료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