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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측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남북이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을 의미하는 9·19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냈지만,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합의서는 지상·공중·해상을 아우르는 새 완충구역을 설정해 남북간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리 군 정찰능력·주한미군 공중자산에 대한 무력화를 비롯해 장사정포 등 북한의 실질적인 재래식무기 위협을 제거하지 못했고 지리적으로는 북방한계선(NLL) 등 서해 방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양보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우발적으로 무력 충돌할 가능성을 이번 군사분야 합의로 다소 줄였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내렸다.
우선 가장 먼저 문제로 제기된 군 정찰능력 무력화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군의 유일한 최전방 정찰수단은 무인기이고, 우리 군 정찰수단도 제한 받지만 북한군 보다는 덜하다"며 "공중 적대행위 중단구역 설정으로 북한 무인기는 사실상 비행이 제한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둘째로는 이번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이 일부 영향을 받을 뿐더러, 이행합의서에 적시된 내용에 대해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해야 하는 '지상 적대행위 중단구역' 남북 합의에 미군의 파주지역 스토리사격장이 포함되어 향후 후방으로 이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단구역 또한 주한미군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군 당국자는 남북이 합의한 군사분계선(MDL) 비행금지구역에 주한미군도 적용을 받느냐는 질문에 "주한미군 자산도 적용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미국측과 사전협의가 있었는데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쪽에서 반영해달라는 요소가 있었고 이를 협의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유엔사와 우리 군당국 간에 협의를 여러 차례 나누었지만 동의를 받았다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남북이 비무장화를 합의한 공동경비구역(JSA)를 비롯해 공중 적대행위 중단구역으로 설정된 군사분계선 상공, 공동이용 수역으로 합의된 한강하구 모두 유엔사 관할이다.
군 당국자는 "JSA 비무장화만 하더라도 유엔사와 52번 정도 얘기했다. 유엔사와 상당히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라고 밝혔지만 '유엔사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라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유엔사 측도 이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등면적 원칙하에 협상했다'고 최종건 청와대 NSC 평화군비통제 비서관이 설명한 것과 달리, 서해 방면의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에서 우리측이 북한보다 35㎞ 구역을 더 양보한 것도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언론에게 서해5도 훈련 중단구역의 남북 거리가 40㎞로 동일하다고 발표했다가 문제제기가 나온 뒤 북측 50㎞, 남측 85㎞로 정정 발표해 의혹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군 당국자는 "완충 구역을 정하는 데 있어 특정 선을 기준으로 상호 등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고, 서해 NLL 경비에 대해 "북측도 마찬가지지만 경비는 유효하며 준비태세는 그대로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가인 팀 셔록 기자는 이번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군사협정-군사긴장 완화가 너무나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든 남북은 이를 진전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주었고 항구적 평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혔다"고 평가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은 "예전 역사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수십년간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신중론을 밝혔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많은 사람들이 대담한 조치를 취해야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며 "지난 국제정세를 봤을때 냉전도 여러 논의를 거치고 난제를 헤쳐서 결실을 맺었다. 이번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합동참모본부를 거쳤던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이 보유한 사정거리 40㎞ 이상의 장사정포는 1000여문에 달하고 수도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북측 자산은 최소 330여문"이라며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돌리지 않으면 실질적인 재래식 위협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번 군사 합의를 남북이 충실히 이행한다면 우발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향후 남북군사공동위가 실제로 가동되어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2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도발시 군사대비능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이 도발하면 그 순간 합의는 제로가 된다. 원래 대응절차대로 대응한다"며 "약화되지 않고 대비태세에 영향 없도록 합동참모본부 등에서 치열하게 검토해 시행 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이 이번에 서명한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라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양측의 공동작전수행절차는 오는 11월1일부터 시행된다.
남북 군당국이 적대적 관계를 걷어내고 상호 안전보장이라는 진일보한 관계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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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해안포·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사진=국방부 대북정책관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해설자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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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 적대행위 중단 구역(고정익·회전익·무인기·기구 Buffer Zone 설정)./사진=국방부 대북정책관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해설자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