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향년 71세로 지난 20일 별세하면서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대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1948년 전남 목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경희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학사,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모진 고초를 겪게 되지만, 이는 곧 정치에 입문하는 계기도 됐다.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공안당국으로부터 고문을 당하게 되는데, 김 전 대통령 자서전에 따르면 고인은 담당 수사관들로부터 ‘빨갱이’라고 불리며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고인은 고문 도중 허위 자백을 할까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목을 다치기도 했다.

결국 이때의 고문 후유증은 고인을 평생에 걸쳐 괴롭혔다. 노태우 정권에 들어와 고문에 대한 피해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고문 후유증은 결국 파킨슨병으로까지 이어져 투명 끝 별세의 원인이 됐다.

고인은 1980년 김 전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결성을 이끌며 아버지를 지원했다.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다. 아버지의 지역구이기도 했던 전남 목포·신안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당선된 고인은 이후 16대 총선에서 전남 목포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다만 2006년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의원직 상실한 뒤에는 병세가 더 악화했다고 한다.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거의 말을 못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임종 순간에는 “아버지”라는 세 글자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 빈소에서는 과거 아버지를 연상케 하던 풍채와 달리 극도로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일컬어지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고인은 김 전 대통령님의 장남이며 정치적 동지였다. 민주화 운동과 평화통일 운동에 헌신했으며 군사정권의 고문 후유증으로 10년 이상 투병했다”며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도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기렸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3일 오전 7시이며 장지는 5·18 국립묘지다. 조문은 21일 오전 10시부터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