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실험'의 후폭풍이 거세다.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취업준비생들은 '역차별'이라며 비판 일색이고 공항공사 정직원들로 구성된 기존 노조는 "공익감사·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2일 첫 외부공식일정으로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갖고 현장 근로자들 의견을 들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상징적인 장소다.
공사는 지난 22일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근로자 등 2143명은 공사 정규직으로 직고용되고, 공항운영 근로자 등 7642명은 공사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특히 1902명의 여행객 보안검색요원들은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뀌어 공사가 직접 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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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첫 외부공식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에서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갖고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공사 경영상황이 악화 일로에 있고, 청원경찰 신분으로 전환해 뽑겠다는 규모(1902명)가 공사 기존 정직원들(1400여명)보다 많아 노노갈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올해 공사가 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사측은 "비정규직 중 40%는 완전경쟁 선발을 통과해야 직고용할 것"이라고 밝혀 보안요원측의 반발을 샀다.
사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개경쟁 원칙을 준수하고 채용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존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기존 정규직 노조인 공사노동조합(공사노조)은 강력한 반대 입장이다.
공사노조는 이날 "공익감사를 포함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 등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청원경찰을 통한 직고용 추진은 고용안정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실업자로 내몰고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지방공항, 항만 등 타 공기업에도 심각한 노노갈등을 초래하고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준생들도 공사를 준비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 "지난 몇년간 인천공항공사 취업 준비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며 "문재인이 강조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은 어디로 간거냐"며 '역차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노조 관계자는 23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보안요원측 노조는 4개로 늘어났다"며 "직고용에 대한 이들 노조간 입장도 서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는 전원 채용이 아니라 일부 경쟁채용이라는 것인데 직고용 대 고용안정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있다"며 "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항공수요 급감에 적자가 커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노노갈등은 물론이고 이미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에 근무하는 보안요원 1000여명이 직고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공사는 보안요원 1902명의 직고용을 위해 9월 채용공고, 10월 서류전형, 11월 적격심사·필기전형·면접을 거쳐 12월 최종 임용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지 2년 7개월이 지나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되겠지만,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