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가 개별소비세 인하 해택 축소에 따른 판매 감소와 노조이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때 완성차 업계의 노사 관계 모범사례로 꼽혀 왔고 회사의 적자 속에서도 참고 인내하며 힘을 모았던 르노삼성 노조가 회사에 반기를 들며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XM3를 통해 이제 회사가 경영정상화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노조리스크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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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 |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달 내수 6104대, 수출 1466대 등 총 757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내수는 21.5%, 수출은 71.9% 감소했고, 전체적으로 41.7% 줄었다.
내수 시장에서 SM6는 50.7% 감소한 562대 판매에 그쳤고, QM6도 26.4% 감소한 3317대에 머물렀다. 효자 품목이던 XM3는 전월 대비 10.1% 감소한 1717대를 판매했다. 월 5000~6000대씩 팔리던 출시 초기의 호조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노조 이슈까지 겹쳐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며 타의 모범이 됐던 노사관계는 무너졌고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르노삼성의 노조는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에 소속된 다른 완성차 업체 노조와 달리 기업노조 체제다. 사측과의 갈등도 심하지 않았고 회사가 어려울 때는 사측에 협력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11월 조합원 선거를 통해 출범한 현 집행부가 르노삼성 노조를 이끌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교섭 테이블에서 무리한 요구를 내놓기 시작했고, 파업은 일상사가 됐다. 강성 집행부의 등장으로 '상생' 노선이 '투쟁' 노선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현 집행부를 대표하는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지난 2011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지회장을 지난 인물이다.
그동안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가입 조합원을 늘려 교섭권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무산되자 박종규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인원이 기업노조인 르노삼성 노조에 가입해 결국 지도부를 장악한 것이다.
그는 2년 전 선거 당시 기업노조의 산별노조 체제 전환, 즉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결국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공약 이행에 나섰다. 르노삼성 노조는 오는 9일부터 이틀간 체제 전환(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 찬반투표를 치른다.
이번 투표는 박종규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의 재신임을 확인하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투표 참여 조합원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통과되는 안건인 만큼 현 집행부를 지지하는 조합원 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
안건이 부결되더라도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는다면, 11월로 예정된 조합원 선거에서 현집행보의 재선이 유력해지고, 계속해서 조합원들을 설득해 가며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노조의 움직임이 르노삼성의 경영정상화와 회사를 살리기위한 경영진의 노력과는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 문제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는 법이지만 현행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미쓰비시로 구성된 얼라이언스가 보유한 전세계 여러 공장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들 공장은 얼라이언스 수뇌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일감(생산물량)을 배정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르노삼성 자체적으로 해외 영업을 해 수출하는 게 아니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로부터 배정받는 물량을 확보해야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의 노조 움직임은 생산차질 우려를 낳고 있고 리스크가 많은 생산공장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다분하다. 이미 르노삼성은 지난해 2월 XM3유럽 수출 물량 확정을 앞에 두고도 노조의 게릴라성 파업 여파로 좌절한 전례가 있다.
설비를 돌릴 일감이 없는 공장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할 일이 없는 근로자는 공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이 위축됐고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르노삼성이 살아남기 위해 노조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회사를 위해 힘을 보태온 노조의 노력은 알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조금 여유를 갖고 움직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지금은 일감확보에 집중해야 될 시기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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