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모더나19 백신 CMO 기대감↑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신 완제공정 맡을 가능성 높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삼성과 SK그룹의 최고경영자가 참석해 미국 제약사 모더나, 노바백스와 백신 동맹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알려지면서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공장에서 모더나가 개발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의 충진·포장 단계 생산을 맡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생산은 크게 원료 공정과 완제 공정으로 나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원료를 공급 받아 병입하고 포장하는 완제 공정을 맡게 된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크게 늘려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백신 개발사 입장에선 대규모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 경쟁국보다 품질·기술력이 우수한 제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수가 많아 계약 확정을 단정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모더나가 완제 공정만 맡기는 이유는 mRNA 백신 생산 기술에 다른 기업들의 특허가 걸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RNA 백신은 원료를 고르게 감싸는 지질나노입자(LNP) 공정이 필수적이다. 이 기술은 mRNA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항체를 생성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아뷰터스와 영국 제네반트가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독점 중이며 모더나는 아뷰튜스에 기술료를 내고 있다. 또 모더나가 사용하는 mRNA 합성 기술은 미국 트라이링크가 특허를 보유 중이다.

모더나는 이러한 이유에서 그간 자체공장과 위탁생산 기업 론자 공장을 통해 백신 원료를 생산해왔다. 특히 론자에는 지분 투자까지 단행해 단순한 위탁생산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된 원료를 충진·포장하는 기업은 미국 캐털란트와 스페인 로비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백신 생산의 최종 단계인 병입 과정을 맡아 생산량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만약 충진·포장 위탁생산을 맡은 이후 노바백스-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이전 계약까지 맺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mRNA 백신 생산에는 기술 특허가 걸려 있다. 이뿐만 아니다. 백신의 경우 각기 특성에 맞는 세포 배양 시설과 설비가 뒷받침 되어야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mRNA 핵산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관련 설비를 들이고 밸리데이션(설비 유효성 검증)을 거치는 데만 빨라도 6개월은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술이전을 통한 백신 원료 의약품 생산의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초 기업의 중장기 전략으로 백신 사업을 꼽은 만큼 앞으로 확장 가능성은 높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3월 제1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 신약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의 위탁생산을 맡는다고 해도 올해 8월부터 대량 생산은 힘들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회사는 인천 송도의 제1공장(3만L)·2공장(15만4000L)·3공장(18만L) 모두 최대로 가동 중이다. 현재 건설 중인 제4공장(25만6000L)은 내년 말에야 부분 가동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공장 가동율이 최대치인 상태"라며 "갑자기 코로나19 백신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더나는 한국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총괄매니저(GM·General Manager) 채용 공고를 냈다. GC녹십자를 통해 품목허가도 진행 중이다. 이달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자문단 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13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21일 최종 점검위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허가가 나온다. GC녹십자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유통, 인허가 대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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