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3차 TV토론회서 '과거 발언'·'대일 관계'·'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제로 거센 공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1일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갈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최종 후보를 뽑는 경선 3차 TV토론회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외교와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과거 발언 및 현안과 관련해 각자 첨예한 신경전을 펼쳤다.
포문을 연 것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7시 KBS 방송을 통해 열린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이재명 지사는) 과거 사드배치 입장에 대해 말을 바꾼 적 있다"며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 입장을 바꿔서 철회를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에게 "(이 지사가) 미국과 합의한 뒤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고 했다, 왜 입장을 바꿨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동일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사드배치를 추진할 때 합의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합의 후엔 실전 배치되기 전 단계에서 철회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지금은 이미 설치됐기 때문에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당대표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강력한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당시 이 전 대표께서 '지금 우리가 국방력을 키워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없다', '국방력 강화는 주변국으로부터 불필요한 견제를 불러올 수 있어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왜 그때 반대했느냐"고 물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에 "당시 균형자론이 과장되어 있다고 판단했다"며 "오히려 미중 양국 사이인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도랑에 있는 소처럼 양쪽 둑에 있는 풀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혜를 주셨다"며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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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후보들은 11일 오후 7시 KBS 방송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본경선 3차 TV토론회에 임했다. 사진은 상단 왼쪽부터 이재명 경선 후보, 김두관 후보, 정세균 후보, 하단 왼쪽부터 이낙연 후보, 박용진 후보, 추미애 후보의 관련 프로필 모습이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역으로 이 전 대표는 앞서 정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이 지사의 '사드 말바꾸기'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게 "윤석열 씨가 최근 '사드가 중국용'이라고 말하자 이 지사는 '절대 하면 안 되는 대형사고'라고 비판하고 나섰다"며 "그런데 2017년 당시에는 '사드가 북핵 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사드가 북핵 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면 뭐냐. 왜 윤석열을 비판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지사는 "당시 사드 배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서 한반도 안정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 이미 배치가 끝난 상황이고 국제사회에서는 기성 상태가 중요하다. 상황이 바뀌면 다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현재로선 북한의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 국가의 공식 입장인데 '중국 방어용'이라면 국가외교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 3 후보를 제외하고 신경전에 끼어든 것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만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당시 일본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정부측 대표 이 후보(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일본측이 듣기 껄끄러운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이낙연 후보는)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건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한테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일본 언론사 보도가) 사실이라면 외교라는 것은 국익을 위해 뜨겁게 노력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어떻게 되겠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당시 일본 측은 회담 내용 전체를 보도자료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일본측 입장을 중심으로 발표했다"며 "저희가 주고받은 대화는 우리 한국측 보도를 참고해달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정계에서 '지일파'로 꼽히는 이 전 대표는 이날 "당시 일왕즉위식 때 특사 자격으로 일본으로 가서 매우 고착되어있던 한일관계를 녹이는 분위기 조성이 차선의 목표였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그러한 차선의 목표에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은 올해 도쿄올림픽 불참 논란과 관련해 "올림픽 보이콧 주장은 정세균 전 총리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도 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 지사는 "(도쿄올림픽에 대해) 보이콧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검토할 단계라고 말했다"며 "스포츠가 정치에 오염되면 안 되는데 일본이 독도 표기를 억지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를 그대로 용인하면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강력한 항의 표시로 정부 단위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선수단 차원에서 참여하도록 격을 떨어트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최근 불거진 한미연합훈련 논란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미 훈련이 시작됐기 때문에 추가로 이론이 생기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 전 대표는 "한미가 조정한대로 훈련을 이행하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정 전 총리는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 되지 않는 한 한미가 군사훈련을 먼저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고, 박 의원은 "군사안보에서 국민이 안심해야 더 유연히 남북관계를 펼칠 수 있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룰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