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막장을 향해 가던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정권교체’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이준석 대표는 침묵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공개발언을 자제했다. 하지만 통화 내용 유출로 서로 간 신뢰가 무너진 데다 선거관리위원장 인선과 경선룰을 두고 갈등이 재현될 수 있는 그야말로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주 휴가 복귀 이후 17·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공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피하며 말을 아꼈다. 임승호 대변인은 “당내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대표께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봉합해야 한다는 생각에 말을 아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음성파일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을 인정한 것인 만큼 더는 진실 공방을 하지 않고 공정 경쟁에 집중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이 대표의) 실수라고 본다. 공정 경선 시스템을 만들고 힘을 합쳐서 우리 힘으로 경선을 잘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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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당 내부에서도 분열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화합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조금씩 양보해 정권교체하자”(정미경)거나 “정치 싸움은 그만두고 정책 싸움을 하자”(김용태)는 의견이 제시됐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분열은 곧 패망이다. 한발 물러서 당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촉구했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내부 분열로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대선 예비후보 연석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리’ 발언 공방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당 선관위원장 임명과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두고 언제든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갈등의 뇌관이었던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6일 출범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선거관리위원장에 서병수 경선위원장을 임명하려고 했으나 일부 최고위원장과 대선주자들은 ‘중립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경선준비위원장으로서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이 당헌·당규에 기초하지 않은 경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추진하다가 선거 관리 공정성 훼손 논란과 당내 갈등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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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이 대표가 서 위원장이나 지도부와 교감이 없는 선관위원장 인선을 밀어붙일 경우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임 대변인은 “개인적으로 대표께서 지금 상당히 많이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26일에 출범을 해야 되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대한 후보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해 향후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서도 갈등이 예상된다.
최 전 원장 캠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역선택은 상대진영 경선에 개입하여 무너뜨리기 쉬운 상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역선택 방지 조항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중도·여권 성향 지지층 모두에게 경선 여론조사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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