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HMM 해원노조가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2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434명 중 400명(92.1%)이 찬성했다.
노조는 오는 25일 단체 사직서를 내고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집단 하선한 뒤 스위스 MSC로 단체 이직 지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육상노조의 파업 투표결과를 보고 함께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MSC는 한국인 선원들에게 이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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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헬라시스'호/사진=HMM |
노조는 지난 20일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서 조정중지 결론이 나면서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으며, 육상노조도 1000여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관련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측은 양 노조에 △임금 8% 인상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급 등을 제안했으나 노조측은 임금 8% 인상 및 격려금 800%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전정근 해원노조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선원법에 따른 쟁위행위 제한 때문에 파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처우개선마저 이뤄지지 않으면 대우 해주는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면서 "급여 한두푼 더 받으려는 사람들로 몰아가지 말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HMM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도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국내 수출입물류의 99.7%가 해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국적선사들이 미주노선을 중심으로 수십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할 정도로 물류난이 심한 가운데 HMM 파업 또는 단체 사직은 '동맥경화'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선 협상에서 사측이 임금 5.5% 인상 및 격려금 100% 지급, 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격려금 1200%을 제시한 것과 비교해 카드가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측은 '회사에서 전향적인 조건을 제시할 경우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HMM 관계자도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결 방법이 없지만, 양측 모두 파업 보다는 협의를 진행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개월간 월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전망치를 하락시킬 정도로 물류난이 심했던 것으로 볼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며 "한진해운 파산으로 크게 위축된 국내 해운업의 추가적인 어려움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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