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경 시인이 담백한 어조로 써내려가는 여행기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마음 한편에 고즈넉한 방 하나를 들여놓고 싶을때 우리는 여행을 간다." 안혜경 시인이 출간한 '꿈꾸는 배낭'(대원사 출판)에 담긴 구절이다. 

저자는 1990년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작품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마지막 장면인 마야 유적 술집이 불타는 장면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이 문명이 번성했던 중미로의 여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저자는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 3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심회를 담백한 어조로 써내려간다. 웅장한 자연의 모습과 무심히 흩어져 있는 경이로운 고대 유적들, 넉넉한 인심, 넘쳐나는 색색의 과일들. 이 모든 것들이 중미의 매력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 안혜경 시인의 '꿈꾸는 배낭'./사진=대원사 제공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생동감을 더한다.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의 케찰코아틀 신전, 관광객들이 개미 떼처럼 끊임없이 줄 지어 계단을 올라가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리마드. 우기가 되면 하얀 꽃이 피는 '몬테알반'. 정글 지역에 현존하는 마야 유적 중 가장 대표적인 티칼 유적이 있는 플로레스, 욱스말, 밀림에 둘러싸인 마야 문명과 톨테카 문명의 만남 '치첸이트사' 등을 통해 고대인들의 숨결을 그대로 전달한다.

"정해진 또는 알맞은 여행의 방식은 어디에도 없다. 삶이 끝나야 여행도 끝날 것이다"고 말하는 저자는 언제든 양팔을 활짝 펼치고 길을 찾아 나선다. 인생이 계속되는 한 여행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현재도 여전히 여행을 준비 중이다. 

아마 독자가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중미로 떠나고 싶은 욕구를 떨치지 못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하는 상황 속에서 가능한 방구석 해외 여행, 이만한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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