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상노조 파업 결의 속 추가 임단협 진행…임금 17%·성과급 700% 차이 좁힐 수 있나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달 수출액이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산업계가 반등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물류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배재훈 HMM 사장, 김진만 육상노조위원장,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 등은 이날 오후 임단협을 진행한다. 앞서 육상노조는 조합원 791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97.88%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해상노조도 92.1%가 찬성한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양대 노조 모두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바 있다.
노동자들은 협상과 별개로 이날 20시부터 다음달 18시까지 부산신항 내 현대부두와 한진부두 및 부산 신선대 부두에서 선상시위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부산항에 정박한 HMM 선박에서 뱃고동을 울릴 예정으로,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소속 선박들도 동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
|
▲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라시스호./사진=HMM |
이날 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공동투쟁위원회를 출범시킨 양 노조는 육상노조 투표 결과에 따라 행동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사측과의 교섭에 한 번 더 임하는 쪽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파업으로 번지는 대신 일정 수준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모두 파업으로 인한 물류난 악화의 장본인으로 몰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지난해말 해상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했을때도 임금 협상 타결로 마무리 됐다는 것이다.
반대쪽은 양측 모두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카드가 맞춰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및 연말정산 후 장려금 200% 지급 등을 제안했으나, 노측은 임금 25% 인상 및 성과급 1200% 지급 등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외부 컨설팅 업체가 급여 11% 인상을 제시했다, 노측이 요구 조건을 하향 조정했다는 등 합의에 가까워질 수 있는 조건을 부인하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사측이 파업에 따른 피해액 및 협상에 따른 비용부담을 비롯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는 등 '마지노선'을 구축했으나, 사실상 조합원 전원이 이를 거부한 것도 언급되고 있다. 3주간 파업에 따른 예상 손실액 5억8000만달러(약 6800억원)는 2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
|
|
▲ HMM 해원노조 조합원들이 근로조건 향상을 촉구하고 있다./사진=HMM 해원노조 |
업계는 해양수산부가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정부차원의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HMM이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할 경우 뾰족한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이 올 상반기 운송한 261만5076TEU는 전국 물동량의 18.4%로, 이들 선박이 멈출 경우 수출기업을 돕기 위해 임시선박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HMM만 해도 지난해 8월부터 미주·러시아·유럽·베트남 등의 노선에 30회 이상의 임시선박을 투입해왔다.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화주들이 다른 선사를 찾는 등 중장기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고, 한진해운 파산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상실했던 아픔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선사의 제안 및 그간의 임금 동결 등으로 노동자들의 입장이 강경한 상황"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사격'을 요청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