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일어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가 본격적인 '윗선' 규명에 들어갔다. 이 지사는 현재 집권여당 대선 경선 주자 중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어 더 화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및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대표 등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에 임하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관련 문건들 분석에 들어간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의 의사결정 진행 과정과 돈 흐름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윗선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사 초점은 두 가지다. 개발사업을 통해 들어온 막대한 수익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었을 당시 시장으로서 보고·지시·결재 여부가 있었는지다.
검찰은 의혹의 '몸통' 중 하나로 꼽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가장 큰 이목이 쏠려있는 지점은 김만배 씨가 아니라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당초 이 지사 측근으로 알려졌던 유동규 전 본부장은 뇌물 수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아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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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0월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8대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
중앙지검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게 막대한 개발사업 이익이 가도록 사업 구조를 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배임 혐의 입증과 유 전 본부장의 '윗선' 규명이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받은 배당금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1800억여 원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게 한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의사결정에 유 전 본부장이 개입됐는지 관심이 쏠린다.
이 지사는 거듭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열린민주당과의 대담에 출연해 "측근이냐 아니냐를 떠나 저와 가까이 있었던 게 분명한 이 친구도 폭탄 하나 던진 것"이라며 "(유동규가) 우리 선거(대선)를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측근이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이날 대담에서 "제가 수없이 돈이 마귀라고 누구든 잘못하면 폭사한다고 했다. 대체로 잘 지킨 것 같다"면서 "(유동규가 자신의 측근이라는 비판은) 일종의 트랩(Trap-덫)이다. (만약 그렇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냐"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의 관건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책임자였던 이 지사에게 보고됐고 이 지사가 이를 인지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7일 본보 취재에 조심스레 "유동규가 이 지사의 측근이 맞다고 가정해도 스모킹건 확보 없이 배임 혐의를 윗선으로까지 확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쏟아진 대부분의 사실들은 전부 정황 근거일 뿐, 혐의를 규명할 법정 증거로 보기 힘들다"며 "이미 이 지사는 민관공동개발 방식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한 상태다. 이 지사의 당시 인지 여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만약 대장동 사업 시행 결정 과정에서 이 지사가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1도 받지 않았고 막후에서 미래이익을 받겠다는 약정 또는 합의를 했다면, 이를 소상히 밝히고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 또한 이날 본보 취재에 "당시 화천대유가 사업자로 선정되는데에는 총 7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남시 내부에서 이미 사전에 선정자를 정해두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며 "배임 혐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것이다. 누구나 납득하기 쉬울 정도로 혐의 규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지사가 당시 시장으로서 보고를 받아 해당 사항을 정확히 인지했고 이를 결재했다는 저간의 의사결정 과정이 모두 규명되어야 한다"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팀 모두 민간사업자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누가 묵살한 것인지, 윗선의 지시와 협의가 따로 있었는지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의 또다른 과제는 윗선 규명 뿐 아니라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여부다.
여야를 떠나 검찰이 엄중하게 이번 사안을 다루어야 할 시점이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연루된 인사들의 혐의를 어디까지 파헤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