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유통거인’으로 불리는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1948년 롯데를 창업하고, 우리나라에 유통·석유화학·호텔관광 산업의 씨를 뿌린 창업 1세대 경영인이다. “국내 1위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기업 롯데’를 염두에 두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시대를 관통하는 어록은 현재까지도 롯데가 표방해야 할 경영지침으로 남아있다. 창업자 정신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영 트렌드에 발맞추는 2세대 신동빈 회장 체제의 ‘뉴 롯데’를 알아본다.<편집자주>
[신격호 100주년中-혁신]반세기 내다본 선구안…롯데, 사업 재편 가속
[미디어펜=이서우 기자]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1970년대 백화점과 호텔 등을 세워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산업을 일으킨 인물이다.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은 이미 “미래에는 무형의 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업종으로 산업구조 중심이 옮겨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유통업계 중심축은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쇼핑으로 이동했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공간까지 유통업의 세계관이 확장될 전망이다.
롯데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을 위한 사업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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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롯데지주 제공 |
◆7개 유통 계열사 하나로...'롯데온'
롯데그룹 유통사업 부문이 디지털 전환을 위해 내놓은 야심작은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이다. 롯데온은 백화점·마트·닷컴·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 7개 유통계열사의 쇼핑몰을 합친 온라인 플랫폼이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GMV)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앞으로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마트를 물류기지로 활용하거나,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메가허브터미널을 통한 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서비스 도입 등 온오프라인 연계 시스템을 다지고 있다. 최근 6개월 간의 실제 배송 데이터를 분석한 ‘배송 도착 예정일 안내’를 제도도 도입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8월 여러 사업부의 이커머스 담당 직원들을 롯데온 이커머스 사업부로 한데 모으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롯데온 매출은 상승세다. 지난 3월 하루 평균 매출은 출범 초기인 지난해 4월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롯데온세상’ 첫 날, 일 최대 매출 기록을 갱신했다. 전년 대비 무려 163.1% 늘어난 수치라고 롯데는 설명했다. 이날 롯데온에서 실제 구매행위를 한 고객수는 지난해 행사와 비교해 12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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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롯데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을 통해 롯데백화점 동탄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메종 동부산을 비롯해 최근 리뉴얼을 마친 롯데백화점 본점 남성 명품관, 롯데몰 여수점 등 새롭게 선보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소개했다./사진=롯데온 제공 |
◆조직문화도 ‘2030’ 소비자 눈높이 맞춰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젊은 조직으로 변화도 시작했다. 우선 IT인재를 끌어 모았다. 지난해 5월 면세점 빅데이터 직무 수시전형 모집을 시작으로, 같은 해 롯데정보통신·롯데홈쇼핑·롯데지알에스·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여러 회사가 DT부문 인재를 모집했다. DT부문 직무는 인공지능(AI) 엔지니어, IT, 사용자경험(UX) 등이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내년부터 부장과 차장 직급을 하나로 통합한다. 직급체계를 간소화하고 젊은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오프라인 매장도 젊어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부터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 24~39세 직원들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사업에 반영할 방법을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한다.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말 영등포점 재단장(리뉴얼)에 곧바로 반영됐다. 새롭게 문 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는 백화점 1층에 해외명품과 화장품을 배치한다는 전통적인 공식을 깼다. 대신 전기차 테슬라 매장과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 스탁’. 유명 맛집 등 MZ세대 관심사로 채웠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밀레니얼 직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해 변화하는 백화점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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