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어떤 정책부터 먼저 수술대에 오를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의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감안했을 때 입법이 필요없는 우회로를 택해 곧바로 시행 가능한 공약부터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
|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는 정부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으로 먼저 시행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이 최우선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통령 지시만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려 우선 추진을 타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를 정책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국토부 시행령·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조치다.
윤 당선인은 집값 상승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인한 도심 주택공급 부족"을 꼽았다. 신규 아파트 공급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이뤄지는데 현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해 신규 공급이 줄어들었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윤 당선인은 30년 이상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단추지만 까다로운 기준 탓에 가장 어려운 관문으로도 여겨진다. 역대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을 묶거나 풀면서 부동산 시장을 사실상 규제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안정을 위해 2018년 적정성 검토 도입과 함께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20%에서 50%로 강화했다.
이로 인해 서울 노원구, 양천구 등 노후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그 결과 지난 4년여간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5곳에 불과했다. 직전 3년간 서울에서 총 56개 단지가 재건축 판정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서울시의 숙원 사업이다. 이번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를 주무 부처가 아닌 국토부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주도하고 있어, 서울시 정비사업과 직결되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에 서울시에서는 김성보 주택정책실장, 정종대 주택정책지원센터장 등 2명이 파견됐고, 국토부에서는 백원국 국토정책관 1명이 파견됐다. 특히 김성보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8월 발표한 8·4 부동산 대책인 공공 재건축에 대해 공개 반대 입장을 주장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6월 지방선거가 이어지는 만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는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해 제기되는 집값 상승 우려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윤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규제 완화 추진 과정에서 집값을 자극해 다시 시장이 '불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한 시장 안정화 방안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 연장,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이 언급되고 있다.
역세권 재건축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는 용적률 인센티브 강화 공약도 국토부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부동산 거래절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던 대출 규제 완화 역시 금융당국 시행령 또는 감독규정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완화 △취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재편과 임대차 3법 개정, 신도시 특별법 등은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약 이행 가능 시기와 고려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