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2년 반 가까이 지속됐던 코로나19 시국도 엔데믹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항공업계가 여객 사업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좌석 예약율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의 상당 수준까지 회복한 경우도 있으나 경영난 속에서도 더욱 강도 높은 ESG를 요구받음에 따라 항공사들의 실적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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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항공사 에어캐나다의 올해 3월 여객 예약 실적은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9년의 90%까지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에어캐나다가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 덕에 여행 수요가 증가했고, 이미 올해 1월 오미크론 변이종 확산에 따른 부진에서 탈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에어캐나다는 코로나로 운항을 중단했던 북미 41개 노선과 국내 노선 9곳을 재개할 방침이다. 또 34개 국제선에도 재취항 할 계획이다.
1분기 매출은 25억7000만 캐나다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항공업계는 2분기를 기점으로 대형·저비용 항공사(FSC·LCC)를 불문하고 여객 사업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해외발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 의무 조치가 해제돼 빠른 속도로 여행 수요가 늘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연내로 2019년의 50% 수준까지 국제선 회복 계획을 수립했다. 국제선 운항 편수는 4월 현재 주당 420회지만 다음달부터는 520회, 6월부터는 620회로 증대한다.
이를 반영하듯 인천국제공항공사 통계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국제 여객 운송 실적은 10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8월은 전통적으로 휴가 시즌인 만큼 항공업계는 올해 2400만명 가량 수송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코로나 사태 발발 이전인 5057만명의 30%를 상회하는 규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선 여객 탑승률은 1분기 40.4%를 찍고 2분기에는 51.6%, 3분기 71.4%, 4분기 81%로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최근 수요 회복 속도 대비 보수적인 전망치로, 4분기 국제 여객 단위당 운임인 '일드'는 124.1원/km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49% 오름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항공업계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환경·사회적 책임·지배 구조를 의미하는 'ESG' 요구 수준은 코로나 시대에도 꾸준히 높아져 왔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항공업계 탄소 발생 이슈에 엄단하는 분위기로, 바이오 디젤 연료 사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자국내 항공유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연료(SAF)'를 1% 이상 혼합토록 법제화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역시 파리에서 인천으로 가는 편도 노선에 대해 SAF를 도입하기로 했고, 현대오일뱅크와도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제 생산과 현업 적용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SAF는 화석 자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존 항공유보다 2~5배 비싸다.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는 친환경 항공 산업을 조성한다는 미명 아래 SAF 혼합 비율을 2025년 2%, 2030년 5%, 2035년 20%, 2040년 32%, 2050년 6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인 2019년 기준 대한항공은 사업 보고서와 IR 자료를 통해 항공유를 연간 3300만배럴 가량 소비했고 유류비로 총 3조1832억원을 지불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노선별 영업이익은 알 수 없으나 이 당시 유럽 노선 여객과 화물의 매출과 비중은 각각 1조4758억2500만원(19%)과 5882억200만원(23%)에 해당했다.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한다는 점에서 외환 시장 영향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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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드런트 펌프 트럭이 지하 배관과 연결된 지상 급유전을 통해 항공기 급유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제공 |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B737-8이나 B787-9, B787-10 등 신형 기재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고 있기는 하나 유류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EU는 개별 항공사가 아닌 항공유를 급유하는 공항에 SAF 혼합 의무를 부여한다는 입장이나 결과적으로는 기재를 운용하는 항공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통상 항공사들은 전체 영업이익 중 30% 가량을 유류비로 지출한다. 국제 항공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항공사들은 정해진 가격에 유류를 미리 사두는 헤지 거래 방식을 선호한다. 계약가 대비 상승하면 이익을 보는 구조로 설계돼 있지만 SAF 의무화와 비중 상향 조정은 사실상 항공사들에게는 고유가 기조를 강요받는 것과 다름 없는 셈으로 영업이익률 하락은 명약관화 하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나 LCC들은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생존 자체를 제1 경영 과제로 삼았던 만큼 SAF 정책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SAF 의무 혼합 비중을 높이게 되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대한항공과 같이 규모가 있는 FSC는 친환경 연료 비용 구조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LCC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티웨이항공은 유럽이나 미주 노선 운항을 꿈꾸고 있는데, 신재생 에너지 대책을 세웠을지는 의문이고, 원가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전가될 유류 할증료가 대폭 올라 FSC와 LCC를 가리지 않고 항공 수요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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