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13조원대 국내 미래 하늘길 시장을 놓고 전세계 기업들이 도심 항공 교통(UAM)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이동 통신사들과 항공사, 방위산업 기업이 외국 기업들과도 속속 컨소시엄을 이뤄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14일 제주항공은 국내외 산업계 유수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국토부의 한국형 도심 항공 교통 그랜드 챌린지(K-UAM GC) 실증사업에 참여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각 구성원들은 △운항(제주항공) △UAM 버티포트 구축(GS칼텍스) △교통 관리·통신 서비스(LG유플러스) △멀티 모달 모빌리티 구축·버티포트 솔루션 제공(카카오모빌리티) △관제(파블로항공) △기체 제작 및 사후 관리·항공 경로 설계(버티컬 에어로 스페이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이 중 LG유플러스는 한국항공대학교 산학협력단·쿼터니언과도 드론 기체 설계·비행 제어 시스템 상용화 연구에 착수한 상태인 만큼 파블로항공·버티컬 에어로 스페이스와의 협력도 기대된다.
이처럼 이종 기업끼리 조합을 이루는 이유는 UAM은 각 분야별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한 회사가 모든 것을 해낼 수 없어서다. 따라서 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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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국제공항에서 SK텔레콤 컨소시엄의 UAM이 비행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한국공항공사 제공 |
국내에는 2개 팀이 더 있다. 지난해 1월 한국공항공사·SK텔레콤·한화시스템·한국교통연구원은 국내 최초 K-UAM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지상에 있는 SK텔레콤의 5G 망을 통해 UAM 조종사-지상 통제소 간 관제·통신에 성공했고, 김포국제공항 상공을 약 3분 간 선회하는 실증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SK텔레콤은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과 협약을 체결해 기존 지상 교통수단 등 물리적인 요소를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KT·대한항공·현대자동차·현대건설 간 'K-UAM 어벤저스' 컨소시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 경험을 살려 기체를 만들고, 항공 역학에 대한 경험이 많은 대한항공은 운용 기술 개발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통신 인프라·데이터 플랫폼 개발, 현대건설은 버티포트 설계를 담당한다.
최근 대한항공은 수직 이착륙·고속 비행이 모두 가능하도록 이륙용 회전 날개(로터)와 비행용 로터를 장착한 '리프트 & 크루즈' 방식의 차세대 무인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UAM에도 접목할 경우 경쟁력이 한 층 제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들의 사업지는 남산 자락의 밀레니엄 힐든 서울 부지로 예정돼 있다. 호텔을 허물어 새 건물을 짓고 옥상에 버티포트를 차린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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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국영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 관계자가 한국 시장 내 UAM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해외 유수의 기업들도 국내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는 독일 볼로콥터는 볼로콥터 코리아를 설립했고, 한국형 UAM을 개발해 2년 후 서울 상공에 항공 택시를 띄운다고 했다. 김포공항-강남 간 운임은 13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점차 인하한다는 게 볼로콥터 측 전언이다.
세계 4위 항공기 제작사인 브라질 국영 기업 엠브라에르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엠브라에르 측은 "UAM을 띄우면 코엑스에서 서울시청까지 10km를 5분만에, 시청에서 인천공항까지의 52km는 20분만에 갈 수 있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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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공항 연계 UAM 실증 노선안./자료=국토교통부 제공 |
국토부는 내년 중 1인승 시제기 개발을 마치고 2024년에는 도심 UAM 실증 노선 운행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후 2025년에는 UAM 상용 서비스를 도입해 2030년부터 2035년 사이에 본격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게 당국의 목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UAM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져 제작 1조2000억원, 인프라 2조원, 서비스 9조8000억원 등 총 13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UAM 운항과 연관되는 공역(고도)·운항대수·회귀 간격·환승 방식 등을 규정한 '한국형 운항 기준'을 마련하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협력을 추진한다.
또 2025년 상용화 이전에 시험·실증 단계에서 규제 없이 비행이 가능하도록 '특별 자유화 구역'을 지정해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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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UAM 로드맵./자료=국토교통부 제공 |
이처럼 국내외 관계 당국과 기업들이 K-UAM 사업 참여에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선행 과제도 만만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UAM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김포공항-강남 사이 구간을 소개하고 있지만 최근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항공 보안 관계 법령에 따라 항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테러 무기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한 만큼 좋은 기술을 갖고도 실행 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따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버티포트를 만들어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으로 사업에 나선다지만 초기에는 불안정할 수 밖에 없어 사전에 비행 기술을 제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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