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엔데믹 기조에 맞춰 항공 관계 당국이 국제선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각 항공사들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에어부산은 인천국제공항발 해외 노선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자매 회사 에어서울과의 경쟁이 예상돼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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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륙하는 에어부산 A321LR./사진=에어부산 제공 |
28일 본지 취재 결과 에어부산은 지난 25일 인천-도쿄(나리타) 노선, 27일부터는 인천-오사카(간사이) 노선을 운항해 총 2개의 일본 노선에 주 1회씩 비행편을 띄우기 시작했다. 2007년 8월 에어부산 설립 이래 수도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에어부산은 △인천-나트랑 △인천-코타키나발루 △인천-괌 노선을 개설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방 공항 가동률은 아직도 코로나19 방역 규제의 영향 탓에 바닥을 치고 있다. 때문에 평소 숙원 사업이던 인천 진출을 이뤄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타사 대비 국내선 운항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기재가 남는 상황"이라며 "운용 상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전히 풀린 이후에도 인천발 노선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같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점이다. 에어부산이 보유한 수도권 노선 중 모기업 아시아나항공과 겹치는 건 인천-나리타·간사이 공항 구간이나, 이는 태생부터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대형 항공사(FSC)인 만큼 수요층이 어느 정도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저비용 항공(LCC) 자회사 에어서울은 현재 인천-도쿄(나리타)·인천-오사카(간사이)·인천-나트랑 구간에 대한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에어부산이 이미 다니고 있거나 곧 운항할 노선 5개 중 3개나 중첩된다. 이는 곧 수요층이 겹치게 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끼리 자기잠식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앞서 2020년 10월에는 에어서울이 부산-제주 노선에 뛰어들어 비슷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서로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해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에어서울 역시 수익이 난다면 부산발 국제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렇게 서로 경쟁하면서도 또 협력할 것이 있을 땐 협력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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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격납고 앞에 진에어 소속 B777 한 대가 주기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반면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오는 6월 3일부로 일부 국내선 공동 운항(코드 쉐어)을 시작한다. 진에어가 운항 중인 △김포-사천 △김포-여수 △김포-포항 △제주-대구 등 4개 노선이 대상인데, 상대 항공사의 좌석을 자사 편명으로 판매해 운항편 확대 효과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가 보유하지 않은 노선들을 진에어를 통해 채움으로써 촘촘해진 국내선 네트워크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진그룹사들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과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선과 국내선을 동일한 선상에서 놓고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이나, 자매 회사끼리 경우에 따라 경쟁 또는 상호 보완 관계가 형성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모두 독립 경영 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당사는 관계사들의 신규 노선 취항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당초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 항공 산업 발전·지역민 항공편 이용 편의 증진·지역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부산시·부산은행·부산일보·넥센타이어 등 현지 향토 기업들과 메리츠화재·아시아나항공 등이 공동 출자해 탄생했다.
태생이 '리저널 캐리어(regional carrier)'인 만큼 이번 인천 진출이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에어부산 관계자는 "전략에 따른 노선 운항이라고 봐달라"고 답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 FSC 아래 2개의 LCC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기잠식의 시작이었다"며 "계열사간 모자란 부분을 채워줘야지, 경쟁을 한다는 건 구조적으로 비효율성을 불러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항공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논하지만 핵심 영역에 집중해 독보적인 위치에 서겠다는 계획 없이 포트폴리오만 늘리면 사세 확장은 무의미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사이나항공이 쇠락의 길을 걷게된 건 기형적인 지배 구조도 한 몫 한다"며 "컨트롤 타워를 통해 관계사들의 사업 영역 역시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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