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지난 3.9 대선에 이어 6.1지방선거까지 연이어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혁신'카드를 꺼내 들었다.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2024년 총선까지 남은 600여일 동안 공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승리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선거를 거치면서 당이 조금 더 노력하고 개혁해야 할 부분들이 드러났다"라며 "즉시 당차원에서 혁신위원회(혁신위)를 설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혁신위원장에는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 의원을 내정했다. 아울러 위원들은 최고위원들이 개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혁신위는 총 9명 정도로 꾸려질 예정이며, 이번 주 중으로 혁신위원을 추천 받아 빠르면 다음 주 혁신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오늘이 지방선거가 끝난 날이 아니라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앞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은 총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라며 "600여 일 남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더욱 더 개혁, 정당 쇄신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혁신위라고 하면 정치 개혁을 이야기하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나 가십성 피상적 이슈를 다뤄왔지만 이번에는 여당으로서 당원이 1년 전 20여 만 명에 비해 80여 만 명까지 늘어나 당세가 확실히 늘어난 정당으로서 어떻게 하면 당원 민주주의를 더 효율적으로 구현하고 공천 제도를 더 적절하게 할지 연구하고 정당 개혁을 목표로 하는 혁신위를 출범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선거 승리 다음 날 혁신위를 띄운 것을 두고 개혁 이슈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성상납 의혹과 관련된 당 윤리위원회(윤리위)의 징계 절차를 무력화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은 임기 1년을 마친 뒤 차기 당 대표에 재도전할 지에 대해 "그거(재도전)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라며 "저랑 정책적 방향성이나 개혁적 방향성이 일치하는 분들이 나오면 그분들을 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둘러싼 '성상납'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떳떳하고 문제 없다. 당 윤리위가 개최되면 저는 공개 회의 하자고 할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혁신위 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런 비난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윤리위에서 징계 절차는 그것대로 갈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한 방패는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혁신은 혁신대로 또 필요해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2년 뒤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위원회'를 출범한다고는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갑자기 혁신위를 얘기하는 것에 조금 뜬금 없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리고 혁신위를 만드는 일을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이 대표가 주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차기 당 대표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