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용 CDO "본 궤도 오르려면 기존 항공 규제 간소화 필요"
이석건 UAM 사업추진팀 리더 "FAA 감항 인증, 국내 교차 인정"
T우주 연계 여부엔 "아직 안 나왔지만 고려해볼 가능성 충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UAM, SK텔레콤보다 더 잘할 사업자는 없다."

SK텔레콤은 지난 15일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국제 모터쇼에 출입 기자 40명을 초청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추진 현황 및 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장에 마련된 부스에는 MWC22에서 선공개한 전기적 추진력으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기체(eVTOL) 모형도 있었다.

이날 거대 로봇팔 시뮬레이터에 연동된 UAM를 체험해본 한 30대 남성은 "AR 글래스의 초점도 잘 맞지 않고 화질이 또렷하지 않은 편이어서 멀미가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가상의 부산 상공을 날아다닌다는 것 같은 느낌은 흡사 에버랜드의 놀이기구 '챔피온십 로데오'를 타는 것만 같은 스릴이 느껴졌다"며 "건물 사이를 곡예 비행을 하며 지나는데, 눈 앞에 날씨 정보와 각종 메시지들이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식으로 뜨는 건 마치 '날개 달린 구글 글래스' 같다는 인상도 심어줬다"고 말했다.

   
▲ 부산 국제 모터쇼 SK텔레콤 부스에 차려진 UAM 체험 기구./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현재 SK텔레콤은 UAM이 '게임 체언저'가 될 것이라며 유영상 대표이사 직속 태스크 포스(TF)를 발족해 미래 기술 연구∙개발(R&D)과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에서 인재를 영입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하민용 CDO는 "우리가 어릴 적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 판타지 속에서 봤을 법한 UAM은 전기적 추진력으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토록 한 기술이 적용돼 미래 도심 상공을 비행할 꿈의 교통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 중심의 도로 교통이 주를 이루지만, 하늘을 나는 UAM은 기존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배터리로 기동된다"며 "교통 흐름도 공중으로 분산되고, 도심 과밀화로 인한 교통이나 환경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하민용 SK텔레콤 CDO(오른쪽)가 이석건 UAM사업추진팀 리더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추진 현황 및 계획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UAM의 특징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300~600m 사이의 고도에서 시속 330km 정도로 240km까지 날 수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UAM 조비 애비에이션(Joby Aviation, 이하 조비)과 기체 제작 협력을 하고 있는데, 한 두 개의 로터에 고장이 생기더라도 본래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성 확보에 신경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비를 협력사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하 CDO는 "우버는 2016년 UAM 화이트 페이퍼를 작성해 사내 '우버 엘리베이터'를 조직했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의 파트너이기도 한 조비가 이를 인수했다"며 "나스닥에 스펙 상장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 받은 조비는 연구·개발(R&D) 자금 2조원도 확보해 사업 지연 우려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관별 예측치는 다르나, 2040년에는 지금보다 글로벌 UAM 시장이 10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약 1조4740억 달러(한화 약 1953조500억 원) 가량 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온다. 그런 만큼 △아처 에비에이션 △오버에어 △릴리움 △볼로콥터 △중국 이항 등 등 전세계 300여개 업체가 기체 개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기체 제작사 펀딩에 12조 원 가량이 몰리기도 했다.

UAM은 기본적으로 '비행체'이므로 항공사업법의 적용을 받게되며, 주무 기관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미래 드론 교통 담당반이다. 항공기 제작에 있어서는 형식 증명(TC)·제작 증명(PC)·감항 증명(AC) 등 3대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잉·에어버스·엠브라에르와 같은 여러 회사의 현대 제트 여객기의 모습이 비슷한 이유는 가장 합리적인 표준 산업 디자인을 도출해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생겨나기까지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는데, UAM은 현재 표준 디자인 조차 없는 상태다.

하 CDO는 "정책·규제 당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실력을 갖춘 이들에게만 사업 권한을 준다고 본다"며 "UAM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존 항공 사업 대비 규제 간소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기술 개발이 됐다고 해서 모두 탑승에 응하지는 않겠지만 당사는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에 노력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 부산 국제 모터쇼 SK텔레콤 부스 아나운서가 eVTOL 방식의 UA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조비는 2024년 eVTOL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데,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을 품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에 이석건 UAM 사업추진팀 리더는 "미국 연방 항공청(FAA)에서는 현행 항공기와 동일한 수준의 안전한 기준을 제정하고 검증을 하려 한다"며 "FAA에서 통과된 경우 국내에서도 교차 인증을 해주는 제도가 존재하며, 국토부 역시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함께 연구 중"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내년 중 전라남도 고흥군 소재 나로우주센터 근처에서 초기 시험 비행에 나서고, 2024년에는 실생활과 관련이 있는 도심이나 준 도심 지역에서 진행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한 경쟁 컨소시엄들과의 차별성 확보를 위해 상공망에는 UAM 전용 통신망을 구축해 티맵 기반의 MaaS(Mobility as a Service) 플랫폼을 그랜드 챌린지 단계에서도 테스트하고, 2024년에는 양산될 조비 기체를 국내에 들여온다는 것이다.

또 UAM 운항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도 적극 참여해 관제상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 안전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활주로를 내달려 이륙 결심 속도(V1)에 떠오르는 고정익기와 다르게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헬리콥터는 UAM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음이 심해 한 번 뜨면 주택가에는 민폐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SK텔레콤은 조비가 날개와 동체에 쓰이는 재질 등 기체 역학에 신경 써 저소음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용 요금 책정에 대해 하 CDO는 "우버는 킬로미터(km)당 3~4달러 가량을 제시하는데, 타국 요금 수준 내지는 계획하고 중인 패키지와 국내 대중교통 요금 체계를 종합적으로 참고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수익성에 대해서는 끊임 없이 연구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운용에 대해서는 "뜨고 내리는 '버티포트(vertiport)'에 관해 정부 기관과 지방 자치 단체들의 지원과 협조는 필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김포국제공항에서 SK텔레콤 컨소시엄의 UAM이 비행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한국공항공사 제공

SK텔레콤은 한국공항공사·한국교통연구원·한국기상산업기술원·한화시스템 등과 UAM 컨소시엄을 이뤄 6개 팀과 '그랜드 챌린지 1(GC1)' 사업에 지원했고, 국토부는 11월에 GC 사업 참여사를 선정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2024년 12월까지 GC 1·2단계가 진행되고, 2025년에 사업권 부여·로드맵 발표를 기대하고 있다.

하 CDO는 "앞으로 3년간 꼼꼼하고 철두철미하게 내부 역량을 축적하겠다"며 "국토부가 상용화 허가를 내주면 우리는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SK텔레콤은 현재 플랫폼 구독 사업인 'T우주'를 영위하고 있다. UAM도 이와 연계할 것인지에 대해 그는 "아직 UAM 서비스가 나오지 않은 만큼 3년 후에 T우주에 반영 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국민 교통 중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답변했다.

KT·LG유플러스는 각각 대한항공과 제주항공과 컨소시엄을 이룬 상태이나, SK텔레콤 팀에는 항공사가 없다. 이에 하 CDO는 "꼭 기존 운항 경험이 있는 항공사들이어야만 UAM 운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해당 영역 전문성이 있는 파트너를 구하려는 계획도 있기는 한데, 조속한 시일 내로 재차 설명하겠다"고 했다.

충전과 관련, 그는 "버티포트와 최대 충전 캐파 350킬로와트(kWh)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기체 활용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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