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23년도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을 놓고 '국회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를 이틀 앞둔 7일 여야는 원내대표를 포함한 '3+3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들어갔다.
타협점은 적지 않지만 쟁점도 여전하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39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담판에 돌입했다.
큰 쟁점은 윤석열 새 정부의 첫 예산안 사수냐, 민주당 이재명 대표 복안대로 예산 삭감 및 추가냐 양갈래다. '윤석열표 예산 대 이재명표 예산'의 구도다.
세부적으로는 대통령실 이전 및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국민의힘이 밀고 있고,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 4개 사업 모두 예산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여야가 대폭 삭감을 공언한 예산들이라,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변질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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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5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키를 쥔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통해 예산안 처리를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개월 지났지만 정부 정책의 정량적 투입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에 있어서만큼은 민주당이 여당 노릇을 고집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한 세법 개정안 또한 진전이 없다.
종합부동산세 및 법인세 등 윤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 방향인 '감세' 후속조치와 관련해, 여야 대치 전선은 여전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감세' 기조에 대해 '초(超)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들이밀면서 통과시켜줄 수 없다는 의사를 천명하고 나섰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6일 조세소위를 열고 세법 개정안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을 정도다.
7일 이후 원내지도부 간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세법 개정안이 다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소득세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안으로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루었지만, 종합부동산세·법인세·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여야 견해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변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문책 여부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여 8일 국회 본회의에 이상민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나 탄핵 소추안을 보고할 경우, 예산안 협상이 '올 스톱'(All Stop)될 가능성이 높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상민 장관 본회의) 변수가 개입되면 예산(안 처리에) 지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현재 여야 합의와 국회의 예산안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들을 만나 "어떤 행사에서든 야당과의 접점, 대화의 장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예산안 합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 출범 후 지난 6개월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77개 법안 중 한 건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첫 6개월간 법안을 제출해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 법안에 이어 정부 예산안까지. 민주당의 몽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