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상보다 '두달 연속' 세수 밑돌아…중장기 세입기반 취약, 내년 더 문제
채무 늘리는 추경·지출 줄이는 불용 중 결정해야…세금 20~30조 이상 부족할듯
기업 실적 악화·공시가 급락, 세수 더 위축…국채 발행, 최후 수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두달만에 15조 7000억원이 줄어든 국세 수입(세수).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국정 운영에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 바로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펑크' 때문이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걷힌 국세는 70조원에 달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동안 거둬들인 국세는 54조 2000억원에 불과하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입 항목으로 나누어 봐도 소득세는 30조 4000억원에서 24조 4000억원으로 19.7% 줄어들었고, 법인세는 4조 1000억원에서 3조 4000억원으로 17.1% 감소했다. 부가가치세는 19조 8000억원에서 13조 9000억원으로 무려 29.8%나 떨어졌다.

법인세는 민간 기업의 영업 활동, 부가가치세는 국내 소비 추이를 보여준다. 이번 '세수 펑크'는 지난 두달간 기업이라는 엔진이 멈추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걸어잠구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지난달 법인세 신고를 마친 주요 대기업 실적은 지난해 4분기 경기 하락과 맞물려 악화 일로다.

정부 예상보다 '두 달 연속' 세수가 밑돌았고 이대로 가다간 올해 당초 예상치인 국세 수입 400조 5000억원 보다 최소 20조원 이상, 최대 50조원 가까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의 기록적인 세수 펑크는 부동산·주식 하락 등 자산시장 부진에서 비롯됐다.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는 길에 대구시민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문제는 이러한 세수 부진 현상이 올해 내내 계속 벌어질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모두 전망이 어두울 뿐더러 공시가격 하락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또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 수입 또한 전년 대비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시기가 지날수록 세수가 모자르고 이 세수가 모자랄수록 경기 하강을 뒤바꿀만한 정부 재원이 부족해진다. 이것이 가중되면 내년 예산안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대로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지출을 줄이는 '불용'이냐,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더 내면서 '재정 확대'를 꾀하느냐다.

이미 지난해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연간 세수가 7000억원 덜 걷혀 다소 규모가 적은 세수 결손이 일어났다.

정부 지출을 줄이는 '불용'의 경우, 경기 급랭을 감수하며 예정된 지출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 이 경우, 1.6~1.7% 정도로 전망된 올해 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채 발행인 경우,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채무를 늘리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대표적 예이다. 다만 이 추경은 국회 의결이 필수적이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손에 추경 여부가 쥐어진 셈이다.

아직 기획재정부나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집권여당 지도부에서 이번 세수 펑크와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진 않았다.

지난해 5월 집권 후 감세 드라이브를 걸어온 윤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세수 펑크는 뼈아프다.

윤 대통령의 감세 드라이브에 따라 정부는 기업투자 세액 공제 확대를 비롯해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 완화, 법인세율 과표 구간별 하락 등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세 드라이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기 침체 파도에 밀려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향후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려면 윤 대통령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기존의 감세 드라이브를 바꾸어야 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경제팀과 윤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