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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최인혁 기자 |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민생’을 앞세워 대여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을 옭아매는 각종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해 민생이란 명분에도 단일대오 구축에 진땀을 빼고 있다. 당 지도부가 책임보다 ‘이기면 그만’이라는 사고에 빠져 인정의 미덕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거세지는 내홍을 극복하기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문제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부정 의혹과 지도부의 자충수로 촉발된 계파 갈등 탓에 동력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당의 이러한 실책을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인정의 미덕'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연 작가가 스포츠 펜싱을 배운 경험을 회고한 것에 따르면, 인정의 미덕은 ‘펜싱 정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 작가는 펜싱 정신을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펜싱은 칼이 빠르게 오고 가 찌른 사람조차 제대로 찔렀는지 파악이 힘든 스포츠다. 전자 장비가 없던 근대 펜싱에서 득점 판단 기준은 '투셰'라는 외침이라고 한다. '투셰'는 '찔렀다'가 아닌 '찔렸다'라는 뜻이다. 실점한 사람이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에게 점수를 주는 '인정의 미덕'이다.
승부를 가리는 경기에서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이유는 펜싱의 목적이 승리가 아닌 무예 향상에 있기 때문이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승리만을 위한다면 투셰를 외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한다. 승리에 집착해 손해를 보는 것은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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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인정하는 미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조 작가가 경험한 ‘펜싱의 법도’다.
펜싱의 법도는 지금의 민주당에게 가장 절실해 보인다. 당 핵심지지자 집단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품은 민주당이 자신의 실책은 덮어두고 승리에만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사법 리스크로 이 대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에도 책임을 통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을 위기에 몰아넣은 사법 리스크를 '조작 수사'라고 반발하며 정쟁을 부추기기 바빴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등 금전 의혹 앞에선 고개를 숙였지만,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의도적 ‘반문’으로 책임을 피하기 급급했다. 이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논란이 대표적 예다.
더욱이 최근 당을 내홍의 소용돌이로 빠트리고 있는 이래경 사태에도 사과와 재발방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쟁과 승리에 집착해 문제를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인정의 미덕’을 상실한 탓이다.
펜싱의 목적은 승리가 아닌 무예 향상이다. 정치의 목적은 정쟁이 아닌 민생문제 해결이다.
펜싱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손해는 무예 향상의 기회를 놓친 그 자신에게 주어지지만, 정치에서 실책을 인정하지 않으면 피해는 민생으로 돌아간다. 실책을 방치한 상태에서 민생문제를 해결할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의 열성지지자들이 아닌,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제1야당이다.
대여투쟁을 강조하는 목적이 정쟁과 승리가 아닌 ‘민생’에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투셰’를 외쳐 인정의 미덕을 회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