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문항'을 올해 11월 치러질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사교육 시장에서의 뜨거운 반응 등 여러 논란이 현재 진행 중이다.
우선 정부가 대대적 감사를 예고했던 수능출제기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규민 평가원장이 전격 사퇴했다.
킬러문항 문제집을 만들어 월 100만원씩 받아왔던 일부 일타강사 및 학원들은 마케팅에 주력하던 행태를 뜯어고쳐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교육부가 당장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관건은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먼저 '적정 난이도 확보' 여부다.
그동안 킬러문항은 교과서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과학-경제-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자료로 활용해 수능 문제로 낸 것으로, 대학교 교수조차 풀기 어렵다는 고난이도 지적을 받아왔다. 이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초고난이도의 수능 문항은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당정은 이와 관련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기 위해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또다른 대안으로 정답률 20% 안팎의 '준킬러문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하지만 이 '준킬러문항'이 중상위권 경쟁을 촉발해 사교육 시장 수요를 재차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수능 변별력이 떨어져 내신이라는 또다른 대입 요건이 더 중요해질 것이고, 내신에 대응한 사교육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적정 난이도 확보'라는 문제는 사교육 수요에 대한 우려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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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시험장(서울특별시교육청 제13지구 제14시험장) 위치를 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두번째 관건으로는 이 우려와 맞물려 '사교육 시장 억제에 실효성 있는 본질적 대책이 무엇이 있을까' 찾는 것이다.
일단 이번에 '킬러문항 배제'라는 초강수가 던져진 이상, 사교육 시장은 그에 맞춰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0년간 입시제도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사교육 시장이다. 수능이라는 맨 꼭대기 입시체제 일부를 변경한다고 해서 사교육 시장을 축소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으려면, 사교육비 증가를 막으려면 공교육의 경쟁력-수월성을 높이는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충재 역할이다. 공교육이 제역할을 할수록 사교육 입지는 약화되기 마련이다. 공교육만으로 충분히 고난이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만들면 사교육은 보조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불거지는 사교육 조장이라는 문제는 공교육이 제몫을 다하지 못해서 그렇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업만으로 내신과 수능을 치를 수 있어야 하는데, 수업만으로는 모자른 실정이라 학생들이 추가로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이다.
공교육의 질이 가장 큰 문제다. 공교육의 질이 워낙 낮아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학습능력이나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되는게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이다.
답은 하나다.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학생간 평등만 추구해서는 불가능하다. 학생 평가에 있어서 수월성,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즉 학생 1인당 교육예산 투입량을 늘림과 동시에 공교육에 임하는 교사들끼리 완전 경쟁체제, 학교간 자유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사교육이라는 보조수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공교육 가치관을 뒤엎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