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와 정리 등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나서는 가운데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업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5633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총자산 대비 17.5%인 22조1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부동산 PF 중 가장 위험이 높은 단계인 브릿지론의 비중은 54%에 달한다. PF 연체율도 6.9%로 상대적으로 높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사용하는 비용(토지 매입, 인허가 등)을 융통하는 고금리 단기 차입금을 말한다.

   
▲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해 부동산 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PF 사업장은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PF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를 추진한다.

우선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등급분류를 현행 양호‧보통‧악화우려의 ‘3단계’에서 양호‧보통‧악화‧부실우려의 ‘4단계’로 세분화한다. 기존 악화우려 단계를 사업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유의’와 추가적인 사업진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부실우려’의 2개 등급으로 나눈 것이다.

새 기준은 평가기준을 사업장 성격에 따라 브릿지론과 본PF로 구별하고, PF 사업진행 단계별 핵심 위험 요인을 반영해 평가등급별 기준을 구체화했다. 브릿지론의 경우 토지매입·인허가·본PF 미전환 등을, 본 PF에서는 공사진행, 분양, 시공사 등을 따져본다.

브릿지론과 본 PF 공통적으로 이들 사업장이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연체이자를 납부하지 않고 만기 연장했거나, 경공매에서 3회 이상 유찰되면 ‘부실우려’ 기준에 해당한다. 유의·부실우려 등급은 평가기준 2개 이상에 해당할 때 부여된다.

이번 PF 사업장 평가기준 개선으로 제2금융권은 브릿지론·토담대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평가기준 개선에 따른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사업장 평가 기준 개선으로 2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회수의문으로 분류되는 부실 우려 규모는 크지 않다”며 “저축은행은 지난해 충당금 적립이 굉장히 강화됐기 때문에 이번 사업성 평가로 인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저축은행 자본비율은 높은 편이고 유동성도 괜찮고 자본 확충도 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취급했던 고금리 상품을 지난해 말부터 저금리로 다 바꿨기 때문에 곧 예대마진에 따른 이익도 나오고 이(PF 우려) 부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업권별 한시적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펀드 투자로 인한 유가증권 보유 한도 초과를 허용하고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완화한다.

저축은행은 감독규정 등에 의거, 자기자본 1배(100%) 이내에서 유가증권 종류별로 투자 한도 적용을 받아왔다. 이에 저축은행이 부실채권 정리 펀드 투자 등으로 유가증권 보유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를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또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5%포인트 이내 초과하는 경우도 한시 허용한다. 저축은행은 현재 자사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액을 총여신 대비 △수도권 50% 이상 △비수도권 40% 이상으로 규제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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