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최 당대표 후보 5차 방송토론회 '공소 취소' 설전 지속
"韓에게 동지의식이나 책임감 못느껴...'우리'라는 인식 없어"
[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8일 한동훈 후보의 이른바 '입 리스크'에 집중포화를 가했다. 한 후보의 발언 실수를 계기로 보수 정체성 문제 등을 자극해 어대한 뒤집기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후 KBS주최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당대표후보 방송토론회에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논란으로 설전을 벌였다.

해당 논란은 지난 17일 CBS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법무부장관 시절 나 후보로부터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시작됐다. 이에 국민의힘 당원은 물론 의원들 사이에서 한 후보가 동료를 배신했다는 비판과 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분출됐다. 한 후보의 발언에 반발이 거세지자 그는 이날 SNS를 통해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 (왼쪽부터)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7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나 한 후보의 사과에도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논란은 이날 토론회의 주요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윤상현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한 후보에게 "어제 CBS 방송토론에서 나 후보가 공소 취소를 청탁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당정 관계에서는 신뢰도 중요하지만 보안도 중요하다"면서 한 후보의 '입 리스크'를 우려했다.

이어 나 후보는 "법에 따라 기소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한 후보는 (최소한) 그 기소가 자의적이었다는 것을 살펴보지 않았다. 당의 역사를 알아보지 않은 것"이라며 한 후보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아내기 위한 당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모독한 것이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공소 취소는 법무부장관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서도 "아직 검사인 것 같다.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 후보가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보수 정체성과 당에 대한 애정 부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잘못된 기소는 바로잡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믿고 당원과 보좌진 당직자 또 의원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무도한 야당 맞서 싸울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법무부장관은 사건을 다루는 관료일 뿐이라고 하는 것이 맞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 후보는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당과 동지의 입장으로 업무를 담당할 수는 없었다. 다만 제가 그 말을 공개적으로 꺼낸 것 자체가 부적절해 사과를 드렸다"며 "패스트트랙으로 고통받고 있던 당원동지들의 마음을 조금 더 배려했어야 했지만 신중하지 못했다"면서도 "법무부장관으로서는 (공소 취소 부탁을) 거절 하는 것이 맞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원 후보는 "당원동지들은 과연 한 후보가 '우리'라는 생각이 있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제가 말씀드리면 한 후보는 당에 대한 애정이 없고 정부의 국정 목표와 정무적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많은 당원들께서 또 의원들이 (한 후보의 발언에) 들끓고 있는데 아직도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자기는 옳다고 하는 것은 고집이다. 생각을 바꿔주기 바란다"며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는 민첩하게 움직이고 책임과 할 일이 왔을때는 남 탓 시스템 탓만 하고 있다. (한 후보에게는) 동지의식이나 책임감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도 "참 (우리와) 인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원 후보 말씀처럼 (한 후보에게는) '우리'라는 인식이 없다"면서 "책임을 져주지 않는데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누가 의회 민주주의 폭거에 나가 싸우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 후보는 "법무부장관 입장에서 당과 동지적 관계로 임무를 수행했어야 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면서 당대표가 된다면 당 차원에서 패스트트랙 사건에 법률적 지원을 하는 등 사법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