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국회가 30일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야권 주도로 강행된 ‘방송 4법’을 마무리했다.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힁회법·한국방송교육공사법) 가결로 국회는 지난 25일부터 111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을 종료했다. 하지만 여야는 필리버스터가 끝나자마자 쟁점 입법 강행과 맞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민생 실종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는 이날 5박 6일에 걸친 방송 4법 입법을 마무리했다. 여당은 필리버스터로 입법 저지에 나섰지만 의석수 열세로 실패했다. 필리버스터는 개별 법안별로 야권 법안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 3이상 찬성으로 강제 종료→야권 법안 처리 강행 순으로 진행됐다.
국회에서 쟁점 법안 입법을 저지하지 못한 여당은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로 법안을 폐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야권 주도로 EBS법이 통과된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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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월 30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방송 4법'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 표결이 시작되자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도 방송 4법 중 방통위법을 제외한 3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따라서 방송 4법 또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일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입법 강행→필리버스터→대통령 거부권.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여야의 소모적 정쟁은 극한으로까지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인 전국민 25만원 지급법,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31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본회의에 쟁점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야권이 의석 수를 앞세워 입법 독주를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또다시 필리버스터로 맞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야권의 입법 독주를 저지할 방안이 없어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의 실효성 지적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계속 상정된다면 그 법의 부당성을 알리는 필리버스터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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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총 5건으로 확인된다. 다만, 실제 공포로 이어진 법률안은 0건이다./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
여야의 강대강 대립 지속에 정치권에서는 무의미한 소모전으로 정작 민생 입법이 외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간 이견이 적은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정쟁에 묻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0일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총 5건에 불과하다.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채상병특검법과 방송 4법으로 모두 야권이 주도한 쟁점 법안이다. 국회가 개원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실제 공포로까지 이어진 법률안은 0건이다.
민생과 관련된 법률안 또한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대신 야권은 입법 폭주를, 여당은 무기력하게 이끌려 다니는 모습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 이에 민생 고통을 방치하는 정치가 지속되고 있어 국민들의 정치 외면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