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청약까지 진행했던 '더 트루엘 마곡 HQ'가 입주를 2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무늬만 '아파트'로 바꿔 재분양에 나섰다. 알맹이는 2년 전 그대로, 도시형생활주택 수준이다.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 강조했던 '하이엔드' 콘셉트도 사라졌다. 용도변경이 조건부 승인인 만큼 준공 지연으로 인한 입주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한(?) 아파트' 더 트루엘 마곡 HQ의 실태를 뜯어봤다. [편집자주]
['이상한 아파트' 더 트루엘 마곡 HQ-上]껍데기만 '아파트' 알맹이는 '도시형생활주택'?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서울 마곡지구 혜택 누리는 5억 원대 아파트'. 더 트루엘 마곡 HQ 공식 분양 홈페이지에 게재된 '프리미엄 8' 항목 중 하나다.
하지만 실상은 아파트임에도 방이 1개 뿐이고, 전용면적은 36㎡와 48㎡에 불과하다.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측 가구가 마주보는 형태의 복도식 구조도 오히려 도시형생활주택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2년 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분양할 당시 강조했던 호텔식 주거 서비스와 무상 제공 빌트인 가전은 자취를 감췄고, 마감재 수준도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형생활주택보다 나을 게 없는 아파트' 오명을 쓰게 된 더 트루엘 마곡 HQ가 불 꺼진 아파트로 전락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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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트루엘 마곡 HQ'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
◆2년 전엔 '도시형생활주택'이라더니…갑자기 '아파트'?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일대 공급되는 더 트루엘 마곡 HQ는 지하 2층~지상 14층, 3개 동, 공동주택 148가구, 오피스 20실, 근린생활시설 8실 등 규모로 조성된다. 시행사는 에어포트씨티, 시공사는 일성건설이다.
더 트루엘 마곡 HQ는 지난 2022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분양을 진행한 바 있다. 그 해 7월 4~5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양일 간 청약 접수를 받은 후 7일 정당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 더 트루엘 마곡 HQ는 '아파트'로 간판을 바꾸고 청약홈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다.
미디어펜 취재 결과 더 트루엘 마곡 HQ는 지난 3월 사업계획 승인주체인 강서구청에 아파트로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해 4월 허가를 받았다.
강서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외벽과 도로 간 이격거리, 비상급수시설, 관리사무소, 주차대수, 마감재료 변경 등 아파트로 용도를 변경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맞췄기 때문에 승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소음·진동 기준에 관해서는 준공승인 이전까지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와 비교해 설계가 변경된 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층수와 동 규모, 가구 수 등 사업 개요는 모두 동일했고, 타입별 평면 구조도 2년 전과 똑같았다.
특히 아파트에 걸맞지 않은 중앙 복도식 설계는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 트루엘 마곡 HQ 102동의 경우 중앙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측 가구의 현관문이 마주보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는 소형 원룸형 오피스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최근에는 사생활 침해 등 이슈로 인해 잘 쓰이지 않는 구조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은 사생활 보호가 가장 중요한데 더 트루엘 마곡 HQ와 같은 중앙 복도식 구조의 경우 맞은편 가구끼리 문을 열어놓게 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구조"라며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이라면 이러한 구조가 어느 정도 용인이 되지만 아파트에서 이러한 구조는 수요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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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트루엘 마곡 HQ' 103동 전경.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
◆사라진 '하이엔드' 콘셉트…공사비 증액에도 상품성은↓
아파트로 용도를 변경했음에도 도시형생활주택과 동일한 설계에 상품성은 오히려 2년 전보다 퇴보했다.
더 트루엘 마곡 HQ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분양 당시 ‘하이엔드’ 콘셉트를 표방하며 고품격 커뮤니티와 호텔식 주거 서비스 등을 내세웠다. 또 시스템 에어컨을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의류관리기 등 각종 빌트인 가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혜택도 내걸었다.
일부 유상옵션이지만 마감재 또한 아틀라스 콩코드를 비롯해 아메리칸 스탠다드, 그로헤 등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파트 변경 이후 하이엔드 콘셉트는 자취를 감췄다. 현재 더 트루엘 마곡 HQ 공식 분양 홈페이지에서는 호텔식 주거 서비스 및 빌트인 가전 무상 제공 등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마감재 리스트나 유상옵션 품목에서도 아틀라스 콩코드, 아메리칸 스탠다드, 그로헤 등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욕실·주방 수전과 주방상판 등에 각각 국내 브랜드 이누스, 한석시스템 등 제품을 사용한다.
일각에서는 사업주체 측이 수익성 증대를 위해 하이엔드 주거 서비스를 제외하고 마감재를 다운그레이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사 일성건설은 지난해 11월 더 트루엘 마곡 HQ 시행사 에어포트씨티 및 위탁사 KB부동산신탁과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었다. 기존 공사비 287억 원에서 344억 원으로 56억 원이 증액됐다. 공사비가 늘었음에도 주거 서비스 및 마감재 등 상품 구성은 오히려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한 대목이다.
더 트루엘 마곡 HQ 청약을 고민 중이라는 30대 직장인 B씨는 "2년 전에는 빌트인 가전 무상 제공에 각종 호텔식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비용 문제 때문인지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다"며 "이름만 아파트고 내부는 사실상 도시형생활주택보다 못한데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파트' 용도변경 왜?…"분양가 상한제 영향 미쳤을 것"
더 트루엘 마곡 HQ가 도시형생활주택에서 아파트로 용도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가 사업계획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지가 들어서는 강서구 공항동 일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었다가 지난해 1월 해제됐다. 2년 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최초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가, 사업지 일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로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더 트루엘 마곡 HQ처럼 용도변경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설계 변경을 하기 위해) 대부분 사업 초기에 진행한다"며 "준공이 가까워진 시기에 용도를 변경해 분양에 나서는 경우는 리스크가 너무 커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형생활주택이 아닌 아파트라는 점을 부각시키면 당장은 조직분양(네트워크 영업조직) 등에 유리할 수 있지만, 아파트를 기대하고 분양 받은 입주민들과 다양한 갈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준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용도변경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더 트루엘 마곡 HQ 인근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로 분양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수요자들은 청약통장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도시형생활주택일 때와 비교해 달라진 것 없이 간판만 아파트로 바꾸고 상품성은 오히려 떨어졌는데 청약통장까지 사용하는 수요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펜은 홍보관과 대행사 등을 통해 사업주체 측에 공식적으로 질의 요청 후 일주일간 기다렸으나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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